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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평 ·감천동 일대 '집 경계 측량 잘못' 소송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희봉(金熙奉.48.부산 사하구 구평동)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웃에 사는 尹모(58)씨가 金씨의 집이 자신의 대지 13평을 점용하고 있다며 지난 9월 金씨를 상대로 낸 건물철거 청구소송에서 졌기 때문이다.

金씨는 재판과정에서 "남의 땅을 점용해 지은 집에 대해 준공검사를 해준 구청 잘못" 이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지난 10월 중순 패소, 앞 마당을 모두 철거당할 처지에 놓였다.

尹씨로부터 함께 제소당한 이웃 林모(60)씨 집은 건물 절반 정도를 철거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尹씨는 지난 9월 법원에 경매 나온 집을 경락 받은 뒤 측량을 실시, 집터(54평) 중 25평이 金씨와 林씨가 점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것.

부산 사하구청에 따르면 구평동 일대 10여 채의 집들이 아래 집 땅 일부를 점용한 대신 그만큼 윗집에 점용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경계측량이 잘못돼 대지를 서로 물고 물려 있는 집이 구평동과 감천동에만 1백여 채가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들 집 중 건물철거 소송에 휘말린 집만 20여 채는 이르고 있다.

대부분 80년대 초에 지어진 이들 집 경계 측량은 수동식 기계로 이뤄져 레이저를 쏘아 하는 요즘 측량에 비해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건축 당시 측량을 잘못해 생긴 일이므로 구청 등이 나서 재판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 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하구청 지적담당자는 ' "대부분 집들이 축대를 비스듬히 쌓으면서 아랫집 땅을 조금씩 점용하고 있는 것 같다" 며' "사유재산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선뜻 나설 일이 아니다" 고 말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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