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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태양광 공동시장 개척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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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싱가포르와 손잡고 톈진(天津)을 생태도시로 만드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원자바오 총리는 기공식에 참석해 2020년까지 총면적 30만㎢에 35만 인구를 수용하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양류(楊柳) 생태도시추진단 부국장은 “대중교통수단으로 궤도열차가 운행되고 모든 건축자재는 100% 녹색자재를 사용하며 재생에너지 비중도 20%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태도시 건설에 참여하는 외국기업의 면모도 화려하다. 재생에너지 개발 계획은 일본종합연구소, 운하 건설은 미국 이-다우(E-Daw), 쓰레기 처리는 스웨덴 엔박(Envac), 태양광 발전은 미국 유니-솔라(UNI-Solar), 녹색건축 인증은 영국 인터택(Intertac)이 맡았다.

국가에너지연구소 한원커(韓文科) 소장은 요즘 각종 전략회의에다 지방출장 등으로 스케줄이 빡빡하다. 지방정부 간부들도 쉴 새 없이 면담한다. 한 소장의 동선 속에는 지방정부 간의 치열한 경쟁이 숨어 있다. 지방에서 대형 에너지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중앙정부의 지원자금을 따내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국가에너지연구소의 전략과제로 선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성(省) 간부 업적 평가에 그린지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과거 외자 유치가 지상과제였던 것과 비슷하다. 허베이성은 에너지 절감 목표 20%를 하달했다. 산둥성은 현(縣) 단위까지 녹색지표를 할당했다. 중국은 신재생 에너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녹색 클러스트 산업단지를 장려한다. 예컨대 허베이성 바오딩(保定)산업단지는 태양전지, 산둥성 더저우(德州)시는 태양에너지를 선택했다. 청두·톈진·둥관도 저이산화탄소·녹색산업단지를 육성하고 있다. 농촌 지역의 50개 현에서 녹색에너지 시범단지를 건설 중이다. 녹색산업단지는 제품의 연구개발-상업화-시장 확산의 모델로 육성되고 있다. 생태환경과 에너지 절약을 중시하는 중국의 녹색성장 목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조화사회론이 뒷받침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담은 국정철학이다.

2020년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15%로
그렇다면 한·중 간의 그린 협력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은 국내시장이 좁아 성장의 한계를 갖는 반면 중국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정부 정책의지도 강한 편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까지 에너지 소비 20% 감축(2005년 대비), 환경오염 배출 10% 감축을 목표로 삼아 경기부양자금 4조 위안의 15%가량인 5800억 위안을 투입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 2020년까지 총 3조 위안을 투입해 재생에너지의 소비 비중을 15%로 높이는 총량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전지자동차, 에너지절약 건축, 신소재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궈원밍(郭紋銘) 환경부 환경연합회 부비서장은 “풍력과 태양에너지 개발에 역점을 두고 2020년의 기존 목표를 수정해 태양광발전은 180만㎾에서 2000만㎾로, 풍력발전은 3000만㎾에서 1억5000만㎾로 높여 잡았다”고 말했다. <표2 참조>

한국은 대한상의 주최로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제1차 한·중 녹색협력 포럼을 열었다. SK·두산·CJ와 중국의 황밍(皇明)그룹 등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미국 상원의장단이 방문해 미·중 에너지회의를 여는 바람에 뒷전으로 밀렸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기본적으로 정부의존형 산업이다. 그래서 초기 정책 지원과 시장 확산 인센티브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 중국 시장의 발전 잠재력을 감안할 때 향후 한·중 협력은 기술연구개발, 상업화, 시장 확산의 세 단계로 나누어 전략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한국 그린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세계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풍력 68~79%, 태양광 61~88%, 수소연료전지 62~70%, 청정연료 50%, 석탄가스화 발전 56%, 지능형 전력망 85%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소비, 기술혁신, 정책 지원, 표준화 부문 등에서 한·중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한국 주력 산업의 기술력을 활용해 개발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전자·반도체 산업은 태양전지, 화학 산업은 태양광 소재, 철강기계 산업은 풍력발전의 단조부품, 조선·중공업은 해상풍력과 발전터빈, 자동차산업은 연료전지 등에서 공동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중국은 풍력자원이 풍부한 동부 연해지역 및 ‘삼북(三北)지역’을 중심으로 100만㎾급 이상의 5개 대형 풍력발전소를 건립하고 2020년까지 1000만㎾급 이상의 풍력발전소들을 건설할 예정이다. 지방정부는 산학연 연계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풍력산업 클러스트화를 꾀하며 기술혁신과 산업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또 풍력발전 설비의 해외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규 입찰에 국산화율 70%를 의무화했다. 2007년 풍력설비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진펑(金風)·화루이(華銳)·둥치(東氣)·윈다(運達) 등 4대 기업이 국내시장의 56%를 장악했다. 그러나 최저 입찰가격제도, 지방마다 다른 발전단가, 송배전망의 낙후 등은 시장 확산의 제약요인이다. 한국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풍력터빈과 핵심부품을 개발해 중국 시장 진입과 제3국 수출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농촌과 서부지역에 독립형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도시지역에는 주택·건물 연계형 태양광 발전소를 보급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는 태양온수기 보급, 도시건물 옥상의 태양광발전 설치, 계통형 태양광발전, 태양열 발전 등 네 가지로 압축된다. “앞으로 세울 건축물들은 건축예술과 태양기술의 결합을 통한 종합적인 태양건축 양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탄훙치(譚洪起) 황밍그룹 부사장은 전망했다. 태양광산업 역시 기술수준이 낮아 핵심 부품·소재를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한·중 간에 기술공동개발, 기술표준 개발과 상호인증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태양전지 생산비중은 전 세계의 40%에 달하고 태양온수기 분야에선 세계 1위 생산대국으로 성장했다. 태양전지의 광전변환효율도 16%에 달한다. 특히 태양전지 관련 기업 10개 사는 뉴욕 증시에 상장될 만큼 각광받고 있다.

유희문 교수 한양대 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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