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생님, 결국 당신이 희망입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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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호 02면

미국 공교육 개혁의 아이콘이 된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 그의 교육개혁 출발점은 교사다.

“훌륭한 교사를 많이 확보하고 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아이들 성적은 올라간다. 좋은 건물, 첨단 기자재를 갖춰도 교사의 질이 떨어지면 소용없다. 교육에선 훌륭한 교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그는 ‘훌륭한 교사가 교육의 전부’라고 얘기했다. 미셸 리 교육감이 무능한 교장과 교사를 퇴출하고, 학교까지 폐쇄하는 것은 이런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고의 김학일 교장은 소원이 있다고 했다. “좋은 교사를 뽑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수도권의 다른 교장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교장은 “열정적인 교사 5명만 있으면 학교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수능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고교의 비결도 결국은 교사였다.

우리는 교육 문제를 다룰 때 제도를 먼저 얘기한다. 대입제도를 말하고, 고교 선발방식을 얘기한다. 최근 외국어고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니 아예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런 논란보다 교사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들이 잘 가르치면 사교육도 줄고, 그들의 힘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낸다.

그런 점에서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뤄진 최근 몇 가지 진전은 환영할 일이다.
우선 수년을 끌어오던 교원평가제를 내년 3월 시작한다고 한다. 교사·교감뿐 아니라 교장까지 평가를 받고, 평가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것은 좋은 시도다. 평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아쉽다. 진정한 경쟁은 평가가 인사에 반영될 때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교장들의 바람이던 교사 초빙제를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교장들이 교사 정원의 20%를 초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력 있는 교사를 확보하려는 학교 간 경쟁은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교사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더 있다. 교사의 문호 개방이다. 지금은 사범대학(교직과목 이수 포함)이나 교육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교사가 될 길이 없다. 교육계에선 이 얘기만 나오면 펄쩍 뛴다. 교육계 인사들이 하나같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돼선 안 된다”는 논리다.

사대나 교대 4년을 다닌다고 해서 결코 얻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다양한 지혜와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교단에 선다면 어떨까. 물론 필요하다면 교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점검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 말이다. 교사들이 그들만의 리그에 외부 경쟁자를 받아들일 때 진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이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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