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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보도블록 공사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 15일 오전 8시쯤 부산 연제구 연산 로터리 부근. 출근시간이어서 직장인들이 붐비는데도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인도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겉으로 봐도 멀쩡한 보도블록이 굴삭기에 의해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

통행에 지장을 받은 출근길 시민들이 멀쩡한 보도블록을 깨는 것이 의아한 듯 새 보도블록과 헤쳐진 보도 블록을 쳐다보며 지나갔다.

시민 金영호(36.부산 연제구 연산2동)씨는 "해마다 연말이면 아무런 이상없는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며 "시민세금을 낭비하는 이런 비효율적인 공사를 보는 시민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 이라고 말했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 블록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올해에도 어김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배정받은 예산을 해가 바뀌기 전에 모두 쓰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자체의 이 같은 잘못된 관행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아 올해 대부분 지자체는 보도블록교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일부 지旻섦?내몰라라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현재 부산지역에 이런 '떨이 공사' 는 10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수영구청은 사업비 5천만원을 들여 망미동 주공아파트입구~망미동 부산은행 사이 길이 5백m.폭 3m 인도의 멀쩡한 아스콘 포장을 뜯어내고 보도블록을 깔고 있다.

이 때문에 도로 일부를 공사 차량과 자재들이 차지, 주민들의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해운대 반여 1.2동 일부 인도에서도 깔린 보도블록과 색깔을 맞추기 위해 바꾼 지 2년도 안 된 보도블록를 또다시 바꾸고 있다.

부산경실련 조재범 기획부장은 "불용(不用)예산이 있으면 인사상 피해 등을 주는 제도가 문제" 라며 "낭비성 공사를 철저히 파악하는 등 감시활동을 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청 건축과 陣호석씨는 "공공근로사업으로 적당한 일거리가 없어 일하기?가장 단순한 보도블록 교체작업을 발주하게 됐다" 며 "기존의 보도블록도 3년 이상 된 것들" 이라고 해명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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