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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신종 플루의 역학적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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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신종 플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예방주사를 통해 인공적으로 면역을 획득하고, 개인의 건강관리를 통해 인체의 저항력을 향상시키고, 신종 플루에 노출될 행동을 삼가는 일이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신종 플루에 감염되더라도 발병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므로 인체 방어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동일한 공간 내에서 신종 플루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음주나 흡연 등 ‘건강위험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신종 플루 감염 확률이 높다.

술은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인체에 물리적 스트레스원의 하나일 뿐이다. 간에서는 이물질인 에탄올을 분해하기 위해 불필요한 노력을 하게 되며, 뇌와 신경계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에 준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들이 분비돼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면역계는 중추신경계·내분비계·말초신경계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알코올에 의해 유발된 스트레스는 면역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면역계가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게 되면 백혈구(B세포, T임파구, 살해세포 등)가 크게 감소돼 독감, 호흡기계 질환, 각종 염증 등 다양한 감염성 질병에 걸리게 되고 질병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

전국알코올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주자가 비음주자에 비해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1.7배 더 높으며, 결핵발병 가능성이 1.6배 더 높다. 우리나라 폐렴과 결핵 환자에 대한 알코올 사망기여율이 각각 27%와 23%에 이른다. 음주가 신종 플루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속적인 금주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시급하다.

천성수 삼육대 보건관리학 교수·한국알코올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