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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회 또 헛도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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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9개월 개점 휴업-2개월반 부분 가동-다시 개점 휴업 준비중'. 올들어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위원장 金浩鎭)의 활동 실적이다.

노사정위는 올초부터 한국.민주 양대 노총이 탈퇴함으로써 파행을 거듭해 오다 지난 9월초 한국노총만 참여한 채 간신히 재가동됐다. 그런 노사정위가 다시 좌초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노총(위원장 朴仁相)은 15일 '노사정위 활동의 무기한 전면 활동중단' 을 선언했다. 노총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의 자율성 보장 ▶전력사업 분할매각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21일까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를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위원장 段炳浩)에 이어 한국노총마저 탈퇴할 경우 노사정위는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명분을 잃게 된다. 다급해진 정부는 15일 노사정위 본회의에 이상룡(李相龍)노동부장관을 출석시켜 노동계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해서는 사용자측이 버티고 있고 전력산업 개편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편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문제에 대해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한국노총이 요구하는 2002년부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주를 처벌토록 하는 신노동법의 조항 삭제에 반대하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 12일 노사정위 상무위원회에 한국노총 산하 한전노조가 반발하는 전력산업 개편관련 법안을 '통보' 하고 1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노사정위에 복귀할 뜻이 전혀 없는 상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구속자 석방 등 기존의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는 한 노사정위 복귀는 검토조차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이미 노동계는 장외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한국노총도 21일 장외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노사정위 자체는 이같은 위기를 추스를 '정치력' 에 한계를 안고 있다. 金위원장은 출범초부터 특정 대학 출신들을 대거 기용, 인사잡음을 빚는 등 노동계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치 상태가 장기화할 노사정위는 무용론과 함께 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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