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어] 14. 美소비자운동 대부 랠프 네이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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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60년대 후반 이후 대량 소비붐이 일면서 불량품.유해제품.과대광고 등의 부작용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이러한 왜곡현상을 시정,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사회운동이 소비자운동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불매운동과 상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법률제정 노력 등이다.

소비자운동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킨 인물이 미국의 변호사 랠프 네이더(65). 그는 지난 65년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사가 만든 신차 '코르베트' 의 안전성을 고발한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하루아침에 '소비자운동을 통한'미국 시민운동의 대부로 떠올랐다.

네이더는 당시 '코르베트' 가 안전상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주행 중 폭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자동차 사고는 차의 결함이 아니라 운전자의 잘못' 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그는 전문지식에 바탕을 둔 조사연구, 보고서 발표를 통한 여론 형성, 의회를 향한 발언 등을 통해 자동차 안전기준에 대한 정부정책과 법안을 바꾸도록 압력을 행사해 거대기업인 GM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이 사건은 소비자 운동을 정치적 행동으로까지 발전시킨 계기가 됐다. 현재 네이더는 미국 내 40여개의 시민단체를 주도하고 있으며 대통령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큼 막강하다.

그는 소비자 운동뿐 아니라 생태계 문제.사회정의.풀뿌리 민주주의.비폭력.권력분산.공동체 중심의 경제.방송정책까지도 건드리고 있다.

네이더는 지난 96년 11월에 방한, "한국의 10대들에게 담배피우기를 강요하다시피 하는 미국 담배회사의 시도에 왜 한국 정부와 소비자는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며 "기업이나 정경유착 세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소비자 모두의 힘을 조직해야 한다" 고 역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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