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라스트 픽쳐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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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EBS 밤 10시 35분.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지만 71년만 해도 프랜시스 코폴라.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거론되던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의 대표작이다.

보그다노비치 감독은 20대 중반까지 영화를 6천편 이상이나 봤던 영화광. '무비'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에 전문 영화평을 기고하고, 하워드 혹스.앨프리드 히치콕.오손 웰스 감독 등의 전기까지 집필할 만큼 이론적 지식도 해박했다.

71년 영화 '라스트 픽쳐 쇼' 가 일으켰던 '보그다노비치 신드롬' 은 이론과 실기, 양날을 겸비한 감독에 대한 대중의 환호였던 것이다.

50년대 텍사스의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대도시로 떠나는 사람들과 달리 마을에 남아 반복되는 일상과 실현될 수 없는 꿈만 만지작거리는 소시민들의 절망을 그리고 있다.

폭력과 외로움, 성에 대한 무지와 일탈, 인생의 목표에 대한 혼란 등을 담은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에 대한 접근도 관조적인 느낌이 드는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빈틈없는 이야기 전개와 치밀한 인물묘사, 30.40년대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 편집술은 이 작품을 단순한 성장영화와 구별케하는 점이다.

아쉬운 건 보그다노비치 감독이 그 후에 내놓은 작품들이다.

'박사 무슨 일이지?(72년작)' '데이지 밀러(74년작)' 등 이때부터 선보였던 영화들은 자신이 얼마나 고전 영화를 잘 알고 사랑하는 지를 과시하는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또 '길고 긴 사랑(75년작)' 에선 순진한 연애담을 담은 30년대 뮤지컬을 70년대 중반으로 재해석 없이 옮겨왔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원제 Last Picture Show.주연 티모시 보텀스.제프 브리지스.시빌 셰퍼드.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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