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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 '퀴즈왕'?…TV토크쇼서 실력발휘 부시·브래들리와 대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로부터 촉발된 미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즉석 퀴즈 쇼' 가 계속해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복잡한 암산문제를 거뜬히 맞혀 우쭐거리고, 민주당의 예비후보 브래들리는 질문 자체를 슬쩍 비껴가 화제를 낳더니 급기야 앨 고어 부통령은 과감한 선제 공격을 퍼부었다.

고어는 9일(현지시간) MSNBC의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사회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입을 열어 외국의 지도자 이름들을 줄줄이 열거했다.

"언젠가 우즈베키스탄의 우트킬 술타노프 총리와 함께 몰도바의 이온 스투르자 총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튀니지의 하메드 카로우이 총리에게 생일카드를 보냈느냐고 묻더라. 우리들과 에스토니아의 레나르트 메리 대통령은 다 같이 친구 사이다. "

그는 군소국의 지도자 이름을 척척 늘어놓음으로써 최근 국제적 현안이 되고 있는 4개국 지도자의 이름을 제대로 대지 못한 부시 주지사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과시했다.

고어는 이어 부시가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장군에 대해 "파키스탄에 안정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며, 이는 좋은 소식" 이라고 한 말을 물고 늘어지면서 "외국 지도자들 이름을 모를 수는 있지만 민주주의를 뒤집어 엎는 쿠데타가 결코 좋은 소식이 될 수 없다는 것쯤은 알았으면 한다" 고 꼬집었다.

고어는 미국 부통령으로서 매일 아침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세계 정세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찮게 시작된 미 언론의 '즉석 퀴즈 쇼' 는 이제 대중의 흥미어린 시선에 힘입어 대선후보들에 대한 '자질검증 수단' 으로까지 발전할 태세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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