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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그룹 총수들 격의없는 직원과의 만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직원 속으로…' . 대기업 총수들이 최근 직원과의 만남을 부쩍 늘리고 있다. 사내 여론을 수렴하고 위기극복의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간담회.토론회는 기본이고 해외사업장.목욕탕.야구장 미팅 등 방식도 다양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총수들이 재벌에 대한 비판 때문에 대외활동은 극히 자제하는 반면 사내 결속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며 "내부결속을 다지지 않고는 위기극복이 어렵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고 말했다.

◇ 목욕탕에서 야구장까지〓새한 이재관(李在寬)부회장은 지난달 말 과장급 15명과 경기도 청계산 등산을 다녀온 뒤 함께 목욕탕을 갔다.

李부회장은 사내 벽을 허물자는 의미로 '목욕탕 대화' 를 나눴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평소 부회장은 베일에 쌓인 인물로만 여겨졌으나 옷을 벗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도 열리게 됐다" 고 말했다.

새한은 이런 '누드 대화' 를 격주 토요일마다 정례화하기로 했다.

한화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잠실야구장에서 눈물까지 훔쳤던 한화 김승연(金昇淵)회장은 투병중인 유승안 코치 부인(탤런트 이금복씨)의 병실을 찾아 위로했다.

金회장은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때는 ㈜한화 대전공장과 그룹 종합연구소를 방문, 사원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도 했다.

◇ 호프집에서 맥주를〓두산 박용오(朴容旿)회장은 매달 한차례씩 직원 20여명과 동대문 두타빌딩 10층 '베어스타운' 호프집에서 생맥주 간담회를 갖는다. 회장과 직원과의 격의없는 대화는 전 사원이 보게끔 사보에도 실린다.

코오롱 이웅렬(李雄烈)회장도 과천 사옥주변에서 직원들과 '호프미팅' 을 하고 있다. 李회장은 "책상에 앉아서는 알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 고 말했다. 직원들과 매달 한번 정도 회식을 하는 제일제당 이재현(李在賢)부회장은 사내 통신망인 'CJ-월드' 를 통해 애로.제안 등을 듣는 채널도 운영중이다.

◇ 격의 없는 간담회〓SK㈜ 최태원(崔泰源)회장은 최근 차장.대리 등 5명과 패널토론을 벌였다. 이날 崔회장은 사업구조변화.재벌의 미래상에 대한 예측, 개인적인 고민 등을 소상히 털어놨다. SK 관계자는 "회장의 사생활 등 너무 솔직한 대화 때문에 놀라기도 했다" 고 말했다.

崔회장은 지난달말엔 베이징(北京)을 방문, 임직원과 현지 '캔미팅' 을 3일간 갖기도 했다.

효성 조석래(趙錫來)회장도 지난달 26일 본사 강당에서 임원.팀장.과장급 등 2백50명과 함께 3시간여 동안 '회장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한 참석자는 "회장은 특히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면서 "경영진과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 고 말했다.

◇ 현장 근로자와 숙식도〓 '품질의 박정구' 란 별명을 갖고 있는 금호 박정구(朴定求)회장은 매달 2차례씩 금호타이어 광주와 곡성공장을 돌며 현장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는 수행비서 대신 품질관리부장을 대동한다. 현장 의견을 경영에 반영키 위해서다.

현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회장은 지난 8월 해금강 해수욕장에서 열린 현대건설.아산의 신입사원 수련대회에 참석했고, 김석준(金錫俊)쌍용건설 회장은 추석과 설 등 명절에는 빼놓지 않고 해외 현장을 방문,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는 새 천년이 시작되는 내년 초에도 아랍에미리트.싱가포르.베트남 등 해외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동섭.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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