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여고생 링거주사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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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링거 주사를 맞고 나니까 힘이 쑥쑥 솟는 것 같아요. " 여고 3년생 李모(18.서울 신정동)양의 말이다.

대학 수능(修能)시험일(17일)을 1주일 앞두고 여고 3년생 사이에서 '링거주사 맞기' 바람이 불고 있다.

시험준비 막바지인 이달 초부터 수험생의 체력이 떨어지는 데다 특히 여학생들은 심리적 위축이 심한 때문이다.

소화불량.두통.신경성 위염.불면증.변비 등을 호소하는 여학생이 많다. 이들은 약효보다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링거주사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시 신정동 姜모(45)씨는 "고3 딸이 최근 입맛을 잃고 기운을 차리지 못해 지난달 중순부터 주말에 병원에 데려가 링거주사를 맞히고 있다" 고 말했다.

姜씨의 딸은 "이달에는 같은반 친구 10여명이 링거주사를 맞았다" 며 "주사를 맞고 난 뒤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됐다" 고 전했다.

울산병원 배상문(裵相文)내과과장은 "두통이나 현기증이 나고 배가 아프다는 여고 3년 수험생들이 보름 전부터 하루 서너명씩 병원을 찾아와 링거주사를 맞고 있다" 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동수원병원의 경우도 하루 20여명의 여학생 수험생들이 두통 등 심리적 증세로 병원을 찾고 있으며, 대부분 링거주사를 맞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병원 간호사 崔근이(26.여)씨는 "수험생들이 링거주사를 맞고 불안한 심리를 달래려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청주여고 신보섭(申譜燮)교사는 "특별한 이상은 없지만 소화가 되지 않고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고3 학생이 줄잡아 한반에 20% 정도 된다" 며 "일부 학생이 링거주사를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의정부성모병원 최환석(崔桓碩.42)가정의학과장은 "몸이 극도로 허약해진 상태가 아니라면 링거주사는 효과가 없다" 며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비타민C와 비타민E 함유 식품을 섭취하는 게 몸에는 오히려 좋다" 고 충고했다.

허상천.전익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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