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쿠바 '국제따돌림' 벗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는 코파카바나 호텔과 최대 휴양지 바라데로의 라밤바 호텔 디스코테크는 현재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미국과 유럽의 돈 많은 관광객들은 개발되지 않은 아름다운 천혜(天惠)의 자연을 만끽하러 쿠바로 몰려들고 있다.

쿠바당국이 짭짤한 관광수입에 쾌재를 부르고 있는 지는 이미 오래다.

쿠바는 이제 '감춰진 관광대국' 의 이미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외교.경제적 유대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고립정책과 이웃 중남미 국가들의 외면으로 '지구촌 왕따국가' 로 낙인 찍혀온 쿠바의 세계화 행보는 주변국들의 '포용정책' 과 쿠바 스스로의 생존 몸부림이 한데 어우러진 산물이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뉴욕-아바나 직항노선이 곧 개설된다는 것이다.

올 초 미국이 공표한 대(對)쿠바 제재완화조치의 일환이기는 하나 미국이 62년 쿠바에 금수(禁輸)조치를 취한 이후 37년만의 일이다.

마라줄 투어스 여행사의 프란시스코 아루카 사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발표하고 "아바나를 금융수도인 뉴욕과 결합시키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직항로 개설은 미국의 쿠바에 대한 각종 제재조치 해제의 물꼬가 될 전망이다.

또 같은 중남미국가인 파라과이는 8일 쿠바와 공동성명을 발표, 61년 이후 단절됐던 양국간 외교관계를 복원시킨다고 선언했다.

쿠바와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온 다른 남미국가들도 쿠바와의 관계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과 중남미국가들이 쿠바를 따돌린 채 2005년까지 '미주 자유무역지대' 를 창설한다고 발표하고, 중남미와 스페인.포르투갈 정상들이 참여하는 '이베로-아메리칸 정상회의' 에서 각국 정상들이 걸핏하면 쿠바의 1당 독재와 인권탄압을 비난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라 할 수 있다.

쿠바 스스로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쿠바는 내년 4월 1백33개 개발도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세계회의를 자국에서 개최한다.

제3세계 협의체인 77그룹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사상 최대 회의가 될 전망인데, 쿠바에서 주요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13년만에 처음이다.

올해의 '이베로-아메리칸 정상회의' 도 오는 14일 쿠바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있어 새천년을 전후해 쿠바는 세계인들의 이목을 한껏 끌게 된다.

2008년 올림픽 유치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나는 올빼미같이 산다.

동틀 때까지 일한다" 라고 말해온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제 쿠바의 미래를 세계화에의 동참에 걸고 있는 것 같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