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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체 주민 25% 시위참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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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도네시아 아체에서도 동티모르와 같은 독립열기가 거세게 일고 있다. 8일 주도(州都) 반다아체에선 사상 최대 규모인 1백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동티모르식 독립투표를 요구하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쿠 지역에서도 종교분쟁과 분리요구가 복잡하게 얽혀 벌써 1주일째 종교간 살육전이 이어지고 있다.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유화책으로 발표한 '분리독립안 검토' 가 별 효력을 거두지 못한 셈이다.

일부 이슬람세력들은 와히드 대통령의 '분리독립 수용가능' 메시지가 오히려 분리독립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후 첫 시련대에 오른 것이다.

◇ 아체 시위〓아체의 주도인 반다아체에는 8일 1백만명을 헤아리는 시위대가 운집, 독립투표 실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시위대는 '독립아체' '아체만세' 등의 피켓을 들고 시가행진을 벌였다. '와히드를 믿을 수 없다' '와히드는 사기꾼 '이라는 피켓도 등장했다.

시위를 주도한 아체 독립투표정보센터(Sira)는 "4백만명의 아체 주민들 중 25% 이상이 참가했다" 며 "자카르타 정부가 독립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지하드(聖戰)도 불사하겠다" 고 주장했다. 시위에 나선 차량행렬도 20여㎞에 달했으며 이른 새벽부터 반다아체 진입로에는 차량이 50㎞ 이상 꼬리를 물었다.

아체 주민들은 와히드가 분리독립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도 시간벌기에 불과한 것으로 믿고 있다. 동티모르 독립을 계기로 소수민족독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진 '위기상황' 을 그대로 흘려넘기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암본의 살육전〓말루쿠섬 북쪽 테르나트지역에서 7일 기독교와 이슬람교도간 충돌이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지난 주에도 이 섬 남부의 타나 딩기.페룸나스.칼루마타.카유메라 지역에서 연쇄 충돌이 일어나 수십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나 딩기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는 현재 군이 배치된 상태다.

암본의 긴장은 인근 티로레섬으로까지 확산돼 가옥 2백여채가 불타고 10여개의 교회와 이슬람사원들이 파손됐다고 현지 관리들이 말했다.

살육전이 번지면서 수천명의 주민들이 군부대로 피신하는가 하면, 수백명의 말루쿠 주민들은 배를 이용해 북술라웨시 주도인 마나도로 대피했다.

◇ 이슬람계 반발〓최대 이슬람단체인 나흐다툴 울라마(NU)를 비롯, 이슬람지식인모임(ICMI) 등은 "와히드 대통령이 지나치게 순진하게 독립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 비판하면서 "독립에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신중치 못한 행동" 이라고 충고했다.

자카르타내 일부 시민단체들도 "와히드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분리독립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처사" 라고 비난했다.

자카르타 정계소식통은 "아체와 암본지역의 독립열기가 고조될 경우 정파간 타협의 산물로 탄생한 와히드 정부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며 "자칫 와히드 대통령과 군부가 통제력을 상실하면 인도네시아 전체가 해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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