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굳어가는 윌슨씨병 14세 한정현군 수술비 마련못해 애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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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들의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간 한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를 빼주고 싶어요. " 오명림(吳明林.39.전주시 대성동)씨는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韓正玄.14)을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정현이는 인구 1백만명당 한명 정도 발생하는 윌슨씨병을 앓고 있다. 중금속, 특히 구리성분이 배출되지않고 몸안에 쌓여 점차 간이 굳어지는 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얼굴이 검게 변하고 수시로 호흡 곤란을 겪는 등 건강이 악화돼 통원치료를 받다 상태가 점차 나빠지기만 했다.

올 10월초 서울대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윌슨씨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것도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만 될 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

간이식을 하려면 혈액형이 같고 몸무게 비슷하며 조직이 일치해야만 한다. 다행히 吳씨는 정현이와 조건에 그대로 맞아 자신의 오른쪽 간을 떼주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3천여만원이나 되는 수술비. 8평짜리 분식점을 하면서 살림을 거의 혼자서 꾸려오다시피한 吳씨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엄청난 돈이다.

가전제품 소매점을 하다 1년 전 빚만 잔뜩 짊어진 채 부도를 낸 남편은 설상가상으로 만성 B형 간염까지 앓아 심한 일은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에어컨 설치로 돈벌이를 했지만 겨울 들어 할 일이 없어졌다.

吳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분식점 주변 상인들이 5만~10만원씩 성금을 모아줘 밀린 병원비는 겨우 해결을 했지만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최근엔 사글세로 입주해 있던 아파트마저 내놨다.

吳씨는 "엄마가 마음 아파 할까봐 아픈 것도 잘 표현 않는 착한 정현이가 건강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 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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