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재래시장, 화재감지기 태반 '먹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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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은지 30년이 넘는 전주시 남부시장. 5천여평에 단층건물 7개 동이 자리잡고 있는 이 시장건물에는 4백여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점포 업태는 포목.주단 등 의류점(70여개).음식점(50여개).가구점(30개) 등이 가장 많다. 이들 업소의 실내장식은 대부분 목재로 돼있다.

화재 발생시 열을 감지해서 소방서 등에 알려주는 자동화재 감지기는 한 가게에 하나씩 상가 전체에 모두 4백여개가 설치돼 있지만 그중 30~40%는 무용지물이다. 라이터 불을 가까이 대도 먹통일 정도다. 기계 자체가 망가진 것도 있고 내부 개보수나 시설공사를 하면서 전선이 끊긴 것들이 많다. 유사시 물을 받아 써야 할 소화전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시장 안에는 모두 18여개가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물건을 가득 쌓여놓거나 통행에 걸린다며 아예 뚜껑을 밀봉해 버린 곳도 있다.

게다가 비상구로 쓰일 폭 3~4m의 소방통로는 물건이 가득 쌓여 차는커녕 자전거를 타고 지나기도 힘들 정도다.

전북도내에 재래시장이 대형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엔 재래시장이 27개나 있다. 전주시만 해도 전동의 남부시장은 지난 68년에 지어졌으며 인후동 모래내시장 역시 20년 가까이 됐다.

대부분 60~70년대에 지어진 이들 재래시장은 불이 나면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안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높다. 오래된 건물구조에 상가가 무계획적으로 밀집해 있는데다 소방시설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영세상인이라 내부장식도 내화물질보다는 불에 타기 쉬운 목재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한 소방관계자는 "공사를 하면 반드시 소방점검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대부분 점포주인들이 휴일이나 밤중에 몰래 공사를 해치워 버린다" 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재래시장서는 연례행사처럼 1~2차례의 화재가 발생하곤 한다.

전주시 A시장의 경우 파출소 코앞에 있는 한 건물에서 올 4월과 지난해 6월 두차례 1층, 2층서 번갈아가며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장 관계자는 "화재경보기를 점검하고 잘못된 것은 교체하려고 행정기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형편이 어려우니 기다려 달라는 입에 발린 소리만 들었다" 며 대책을 촉구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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