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프집 화재 비리수사 경찰 '제식구 봐주기'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인천시 중구 인현동 상가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형식적인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

이 사건 핵심 인물인 라이브호프집 업주 정성갑(鄭成甲.34)씨의 자수로 경찰과의 유착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경찰은 또 鄭씨가 업소 매출액을 허위신고하는 방법으로 수천만원을 탈세한 혐의를 잡고도 관계 세무공무원의 소환 조사를 미루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지역경찰 비리에 대한 지역경찰의 수사를 믿기 어렵다" 며 "검찰이 직접 나서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경찰 수사 후)다음주중 사건 일체를 송치받아 수사할 계획" 이라며 "경찰수사 중 공무원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 경찰 감싸안기〓지난 3일 오후 8시15분쯤 충남 대천에서 자수한 鄭씨는 그 직후 "공무원 상납 등 모든 내용을 수사과정에서 털어놓겠다" 고 했다. 그러나 그는 4일 0시18분쯤 인천경찰청에 도착해서는 "뇌물을 준 일이 없다" 고 번복했다.

이에 따라 4시간의 호송 동안 차에 동승했던 인천중부서 등 경찰관들이 회유 또는 입막음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또 '라이브Ⅱ 호프' 집 관할인 인천 축현파출소 직원들의 112신고 묵살(11차례) 및 근무일지 허위 기재 사실을 확인하고도 관련자 처벌을 3일간 미뤘다. 마지못해 부소장 李모(37)경사를 4일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또 전 중부서 간부가 '鄭씨 등을 구속해야 한다' 는 담당 경찰관의 두차례 건의를 미온적으로 대처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호프집을 관할하는 중부서 형사들도 의혹을 받고 있으나 이에 대한 수사도 하지 않고 있다. 파출소 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112신고 묵살 여부에 대해서만 하고 있다.

◇ 鄭씨 조기검거 실패〓경찰은 사건발생(10월 30일)다음날 밤에야 핵심 인물인 鄭씨를 수배했다. 鄭씨는 이미 인천을 떠나 경북 봉화의 할머니 묘가 있는 야산에 숨어 지내고 있을 때다. 鄭씨는 지난 1일 인천으로 되돌아와 부인(30)을 만나 옷가방과 돈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부동산까지 처분하라' 고 지시한 뒤 충남 보령시 대천으로 재차 도주했다. 인천 중부서 이성재 형사과장은 "사건 자체가 엄청나 경황이 없었다" 며 늑장수사를 시인했다.

◇ 느림보 수사〓鄭씨 사무실과 집에 대한 압수수색도 사건발생 3일만에 실시했다. 鄭씨가 뇌물 장부 등 주요 장부를 소각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

경찰은 뒤늦게 장부 9개를 압수한 결과 올들어 히트노래방 등 鄭씨 소유 3개 업소가 5만~30만원씩을 19회에 걸쳐 '회장님' (공무원)들에게 준 사실만 알아냈을 뿐이다. 돈을 받은 공직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또 노래방 지배인 A(28.여)씨가 언론에 공개한 지출 내역서는 확보하지도 못했다.

인천〓정영진.구두훈.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