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현동 라이브 호프집 경찰상납 장부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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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화재로 1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인현동 라이브Ⅱ 호프 및 히트노래방의 실소유주인 정성갑(鄭成甲.34)씨가 인천 중부경찰서와 파출소 등에 수시로 상납한 내역이 기록된 경리장부 일부가 3일 공개됐다.

이 장부는 히트노래방 대리사장을 지내다 최근 그만둔 B씨가 공개했다.

이 장부에는 불이 난 히트노래방의 수입및 지출 내용이 기록돼 있다.

A4용지 66장 분량인 이 장부에는 지난해 말부터 1월 중순까지의 지출 내용에 '회장님 30만원 경찰서' (99년 1월 16일), '단속(중부서)70만원(99년 1월 1일), '파출소 봉투 회장님 30만원' (98년 12월 31일) 등이 기록돼 있다.

올 1월 6일자에는 'B사장, 중부경찰서 새벽에 간다' 라는 문구와 함께 '사과 2만원, 김밥 2만원' 이란 기록도 있다.

B씨는 "최근 그만둔 총괄사장 李모씨가 중부서 직원에게 야식을 갖다 주고 오겠다고 말해 그냥 메모한 것" 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이 장부에는 '모든 관공서 상납시 (제목을)회장님으로 적을 것' 이라는 鄭씨의 지시 사항도 적혀 있었다.

B씨는 또 "鄭회장이 봉투에 돈을 담으면서 '미성년자 출입 등의 불법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관공서에 돈봉투를 돌려야 한다. 내 돈 안먹은 사람 없다' 고 말하기도 했다" 고 전했다.

또한 鄭씨의 개인수첩에는 업소 관련 전.현직 경찰 13명과 전직 구청 공무원 1명의 핸드폰 전화번호 등 연락처가 자세히 적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수첩에는 현 인천 중부서 경찰관인 P.L.K씨 등을 비롯, 최근까지 중부서에 근무하다 다른 부서로 옮긴 J.P씨 등의 연락처가 들어 있다. 당사자들은 "명함을 건넨 정도 사이" 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천지방경찰청은 3일 수사본부를 중부경찰서에서 인천경찰청으로 격상시키고 수사팀을 전면개편했다.

인천경찰청은 또 수사본부장에 김병준 차장을, 부본부장에 최재우 수사과장을 각각 임명하고 기존의 부본부장이었던 중부서장을 수사팀에서 제외키로 했다.

인천〓김상국.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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