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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과거청산 돌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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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도네시아가 과거청산작업에 착수했다. 수하르토 집권 수십년이 유산처럼 물려준 대립과 갈등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제대로 된 국가바로세우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임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은 1일 대통령궁으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위란토 정치안보조정장관 등 신임 각료 전원을 소집한 뒤 "불행한 과거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와히드 대통령의 뜻은 분명하다. 그동안 백안시돼온 인종갈등.분리독립문제는 물론 수하르토 전 대통령 처리 등 인도네시아를 짓눌러온 핵심 문제점들을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 수하르토 처리〓와히드 대통령은 일단 마루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에게 수하르토에 대한 수사 재개를 지시했다. 부정축재와 관련된 국민적 의혹이 아직 씻겨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와히드 대통령은 그러나 "철저한 수사뒤 유죄가 드러날 경우 사면을 검토할 수 있다" 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단 죄상을 낱낱이 밝히되 수하르토가 국가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감안해 사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수하르토의 잔여세력을 감싸안지 않고는 새 정부를 제대로 꾸려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수하르토의 잘못에 대해 상징적으로나마 응징하는 절차가 곧 착수될 전망이다.

◇ 분리독립 점진 수용〓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체분리주의단체인 '게라칸 아체 메르데카(GAM.자유아체운동)' 지도부와 협상에 들어갔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루스만 검찰총장은 2일 "정부와 자유아체본부간 고위급 회담이 시작됐다" 고 말하고 "이제 수십년간에 걸친 피의 대결을 끝낼 때가 왔다" 고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협상에 임하기 전 ▶아체지방내 천연자원 및 세금의 75%를 아체에 환급(과거 20%선)▶ '7월 학살사건' 진상조사착수 등을 약속했다. 와히드 대통령의 직접 지시사항이다.

이는 전례없는 양보조치다. GAM 고위관계자들도 2일 외신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새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다" 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체에 이어 종교분쟁이 끊이지 않는 암본, 자치움직임이 거센 족자카르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협상안이 마련 중이다.

현재로는 ▶아체내 종교별 주거지역 분할▶정부 주도로 종교화해위원회 구성▶하메네쿠 10세 족자카르타 술탄을 국가자문위원으로 영입▶족자카르타 출신 관료 대거 기용 등의 타협안이 검토되고 있다.

◇ 화교 감싸기〓중국과 화교문제는 아미엔 라이스 국회의장이 맡았다. 라이스 의장은 1일 주자카르타 중국대사와 만나 "와히드 정부는 중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 이라고 약속하고 "인도네시아내 화교들의 권익도 다른 국민들과 동등하게 보장할 것" 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라이스 의장은 "화교들은 인도네시아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국민" 이라고 규정한 뒤 "양국간 우호증진을 위해 와히드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을 공식방문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고 밝혔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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