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정가 '싱크탱크' 여성파워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워싱턴 정가의 '싱크 탱크(think tank)' 에 여성 파워가 두드러지고 있다.

워싱턴의 또 다른 명물인 싱크 탱크는 특정 집단이나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들과는 달리 정책 현안에 대한 전문지식을 제시하고 정부나 의회의 정책 결정과정에 입김을 행사하는 정책연구기관을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비영리법인으로 외부 기부금이나 설립자가 출연한 기본재산을 토대로 운영되는 싱크 탱크는 현재 등록된 것만 1백여개에 이른다.

이들 싱크 탱크 가운데 카네기 국제평화재단.미 외교협회 워싱턴지부.국가정책센터.효율적 정부를 위한 카운슬 등 유수기관의 장(長)을 여성이 맡고 있다.

헤리티지.브루킹스.공공정책연구소(AEI)등 전통있는 기관은 아직 남성들이 수장(首長)으로 있으나 이사진의 30% 이상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이념을 내건 케이토(CATO)연구소의 경우 11명의 이사 가운데 7명이 여성이다.

계간지 포린 폴리시를 발행하는 90년 전통의 카네기 평화재단 소장직을 3년째 맡고 있는 인물은 제시카 매튜스(53). 그녀는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비서관과 국무부 부차관 등을 지냈으며, 세계자원연구소 부소장과 미 외교협회 워싱턴 사무소장 등 정책기관을 운영한 경험도 갖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 논설위원으로 한때 언론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분자생물학 박사 출신인 매튜스는 관심분야인 자원.환경문제 등 탈냉전시대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연구진을 재정비했다.

매튜스로부터 외교협회 워싱턴 사무소장직을 물려받은 폴라 도브리안스키(45). 그녀는 레이건 행정부 당시 백악관의 소련 및 동구담당 비서관, 부시 행정부 당시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96년 대선 때는 밥 도울 후보 선거운동에도 깊이 참여했으며, 워싱턴의 법률회사에서 통상담당 자문관도 지낸 맹렬 여성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정부관리로 자리를 옮기기 전 설립해 운영했던 국가정책센터의 모린 스타인브루너(58)소장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당사자들이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하고 "이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특별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은 지나갔으며, 남성들과 겨뤄 내실있는 결과를 산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