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권단 채무조정안] 김회장·대우 4사 주식 5천만원외 전액소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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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우그룹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2일 ㈜대우 등 주력 4개 계열사에 대해 30조5천6백억원의 대출금을 출자전환(전환사채 포함)하는 등 잠정적 채무조정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국내 채권단 내부의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고 해외 채권단의 합의도 이끌어내야 하는 등 남은 과제가 첩첩한 실정이다.

◇ 주력 4사 워크아웃 방안〓산업은행은 대우자동차 대주주의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관계회사 보유지분(93.4%)에 대해 전액 감자(減資)처리하고 대출금 중 1조5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 따라 김우중(金宇中)회장 및 대우 계열사의 주식은 상법상 최소 자본금인 5천만원만 남기고 전액 소각돼 1조5천억원을 출자 전환한 산은이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주주 주식 소각은 주총 특별결의를 위한 위임장을 받아 결정하면 된다" 며 "김우중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대우자동차 대출금 원금 상환을 미뤄주고 신규 운영자금으로 9천억원, 수출신용장(L/C)등 한도 23억5천만달러를 지원해 정상영업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산은은 또 대우중공업을 조선.기계 및 존속회사로 나눠 조선.기계를 빚부담이 크게 줄어든 '클린 컴퍼니' 로 만들고 미평가된 자산은 존속회사에 넘긴 후 외자유치를 시도할 방침이다. 조선과 기계회사에 대해서는 5천3백억원씩 1조6백억원을 출자전환할 방침이다.

제일은행은 덩치가 가장 큰 ㈜대우에 대해 출자전환 2조원, 전환사채(CB)인수 16조7천억원 등 총 18조7천억원의 채무조정을 실시하며, 남은 대출금에 대해선 금리를 낮춰주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해 해외채권단이 동의할 가능성이 작고, 국내 채권단도 대체로 동반부실화를 우려하고 있어 ㈜대우의 워크아웃 방안 의결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채권단에서 제일은행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넘기는 방법밖에 없다" 며 ㈜대우의 법정관리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한빛은행은 대우전자에 대해 주식 전환 4천4백25억원, 전환사채 인수 1조1백75억원 등 모두 1조4천6백억원을 출자전환한다고 밝혔다.

한빛은행은 "감자비율은 운영위원회에서 추후 결정하며, 기존 주주에는 신주 인수권을 부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 채권단 이견 및 남은 일정〓지난달 말부터 진행된 대우 12개 계열사에 대한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전담은행이 상정한 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번번이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도 엄청난 손실부담 때문이다.

주력 4개사에 대한 채무조정만으로도 30조원 이상이 묶이게 되고 이중 얼마를 건질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채권단 내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작은 회사의 워크아웃 방안 확정에도 이해관계가 복잡해 1, 2차 회의를 하는 게 보통" 이라며 "앞으로도 구체적인 워크아웃 계획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계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우 12개 계열사의 채권단에 대해 3일까지 가닥을 잡도록 하고 4일 국내 채권단의 채무조정안을 포함해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일괄 발표할 계획을 세우는 등 채권단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이 안을 해외 채권단에 넘겨 2주일 동안 검토하게 한 뒤 최종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플랜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채권단 의견을 긍정 검토하는 방향으로 워크아웃 플랜을 확정할 방침이나 해외 채권단이 끝내 채무조정안을 거부하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내 채권단이 독자적으로 각 계열사에 대한 처리방침을 밀고 나가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대우 처리의 가닥은 잡혀가고 있으나 과연 순항이 가능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영렬.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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