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학교·갈대숲·골프장 … 그 산업단지엔 굴뚝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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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9일 오후 3시 대전시 유성구 탑립·용산·관평동 일대 425만㎡에 조성된 대덕테크노밸리 산업단지(산단). 산단 남쪽 대전 시내 방향으론 8800여 가구의 최신식 아파트가 들어섰고, 북쪽 신탄진 방향으론 무선이동통신·정보기술(IT)·정밀기계 등 각종 공장들이 입주해 있다.

단지 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관평천에는 울창한 갈대 숲 주위로 청둥오리 등 각종 조류들이 한가로이 날아다닌다. 100% 기업이 입주한 1·2 산업용지에는 2~5층 공장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건물들 사이는 담장 없이 낮은 관목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다. 굴뚝도 보이지 않는다. 말이 산단이지 쾌적한 신도시 분위기다. 이곳은 공장·집·레저·문화를 한군데 모아놓은 신개념의 산단이다.

대덕테크노밸리는 대전시·산업은행·한화 등 3곳이 500억원을 출자해 2001년 착공, 올 7월 완공했다. 논과 야산밖에 없던 425만㎡ 부지에 공장(136만㎡), 주거(66만㎡), 상업·학교 등 지원시설(76만㎡), 기반시설(147만㎡)을 조성했다. 이 산단에 가면 생태하천·레저시설 등 친환경적인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기존 관평천(1.6㎞)을 정비해 산책로와 휴식·문화 공간이 있는 생태 하천으로 꾸몄다. 1000명이 동시에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야외공연장 2곳도 들어섰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단 내 9홀 골프장도 운영 중이다. 최선목 대덕테크노밸리 전무는 “스웨덴의 기술 집적도시 시스타 사이언스와 유럽 최대의 지식산업단지인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를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주 기업의 상당수가 인근 대덕연구단지에서 창업해 나온 연구원들”이라며 “외국 경험이 풍부한 이들의 생활을 고려해 산단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다른 산단과 달리 학교와 대형마트도 있다. 중일고 하나뿐이던 학교는 관평초 등 초·중·고 7곳으로 늘었고, 외국인 학교도 내년 초 개설된다. 주민 이경화(43)씨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공장 옆 아파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땐 걱정이 컸다”며 “하지만 지금은 교육·문화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현재 산단 내에는 중견·중소 기업 300곳과 아파트형 공장의 창업 벤처기업 등 700곳이 입주해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이미 가동 중이다. LCD 백라이트 전문 제조업체 우리ETI, 디지털영상보안장치(DVR) 업체 아이디스, 태양광 잉곳(단괴) 제조업체 웅진에너지 등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대전시 이택구 경제과학국장은 “대덕테크노밸리 입주 업체는 인근 대덕연구단지의 연구물을 제품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들 공장이 모두 가동하면 연간 5조원의 경제효과와 5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전=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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