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복제기술 현주소] 유전자 복제연구 '수컷도 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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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수컷도 생물 연구 시장에서 대접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복제나 형질 전환의 주역은 단연 암컷.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양인 '돌리' 가 대표적인 예다.

캐나다 동물과학연구팀 프랑수와 포티어박사는 최근 세계 처음으로 인간의 성장호르몬이 포함된 정액을 방출하는 생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수컷의 정액을 이용하는 이 발상에 대해 생물공학자들은 "기발하다" 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암컷이 주로 복제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주로 '젖' 이 가진 장점 때문. 국내에서 복제에 성공했던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교수팀의 체세포 복제소 '영롱이' 나, 한국과학기술원 유욱준교수팀의 흑염소 '메디' 가 그런 예다.

영롱이는 보통 젖소의 2~3배나 되는 산유량으로, 메디는 인간의 조혈인자가 포함된 젖을 분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암컷이 젖을 분비하려면 성숙하는 기간까지 한 동안 기다려야 하며 임신 조건이 맞아야하는 단점이 있다" 고 지적한다.

정액 이용은 바로 이런 문제를 피해갈 수 있게 한다.

캐나다 연구팀은 이번 생쥐 실험으로 얻은 기술을 수퇘지에 똑같이 적용해보는 중이다. 이는 정액이 젖에 비해 양이 적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 실제 수퇘지의 경우 1회 사정량이 0.5ℓ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에 수시로 적지 않은 양을 짜낼 수 있다.

포티어박사는 "수컷의 성기관에서만 활성을 보이는 유전자(P12)를 이용해 고환 등 특정 부분에서만 생리 활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 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고민은 정액 중 성장호르몬의 농도가 낮다는 것. 하지만 유전자 발현빈도를 높이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젖과 정액의 경쟁력은 결국 농도싸움에 달려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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