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응백 평론집 '낮은 목소리의 비평' … 논쟁은 접고 작품을 논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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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평론가 하응백(38)씨가 두번째 평론집 '낮은 목소리의 비평' (문학과지성사.1만2천원)을 펴냈다. 책을 펴내는 저자의 마음은 세상에 자식을 내놓는 어미와 비슷한 것. 출간 전부터 첫평론집에는 없던 설렘과 조바심과 자랑을 털어놓던 그는 정작 책이 나오자 "논쟁적인 글보다는 작품론을 써야할 때 같다" 는 간단한 소감만을 전한다.

이른바 문단의 입소문이 '평론에 대한 평론' 에 집중하면서 정작 작품에 대한 평론 본래의 역할에는 관심이 비껴가는 요즘 상황을 지칭하는 것일까. 박완서.한승원론에서 박상우.하창수론에 이르기까지 1부 작가론 8편, 이청준의 '자유의 문' 에서 이명랑의 '꽃을 던지고 싶다' 까지 2부 작품론 8편 등을 묶은 평론집 서문에서 하응백씨는 "작품론으로 돌아가자" 는 원칙을 다시한번 상술한다.

"육체에 병이 나면 병원에 가야한다. 정신에 병이 나도 병원으로 가야한다. 육체는 바로 신호를 보내지만, 정신은 신호를 보내지 않거나 서서히 보낸다. 정신의 신호에 민감한 사람들이 시인이고 소설가다. 문학은 정신의 자유를 위한 예방학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자기 정신을 재로료 만든 예방백신은 안전하고, 효과는 확실하고, 부작용은 없는가□ 이 검증 절차에 비평이 자리한다"

문학이 더이상 선지자의 노릇을 하기 힘든 시대, 하씨는 평론가 역시 암중모색'(暗中摸索)'의 당달봉사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검증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이 비평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 이런 하씨의 '낮은 목소리' 가 다소 높아지는 것은 3부. 90년대 문학풍경을 '소비의 문학' '사랑의 형상' 등 자신만의 목소리로 정리한 대목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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