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리나 HP회장 '한국 인터넷비지니스에 투자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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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미국 30대 기업에선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고, 2년 연속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사업가로 선정된 칼리 피오리나(44)HP회장 내정자.

세계적으로 화제의 인물이 된 피오리나씨가 28일 방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말에 그녀에게 CEO를 넘겨 줄 루이스 플랫 현 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시아 지역 순방 차원에서 한국에 온 그녀는 이날 청와대를 방문하고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한 뒤 29일 떠난다.

"HP는 앞으로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갈 것입니다. 한국HP가 최근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사옥을 산 게 대표적인 사례죠. "

피오리나 내정자는 "한국이 인터넷 비즈니스분야에서 큰 시장이기 때문" 이라며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의지를 밝혔다.

특히 인터넷 사업인 'e비즈니스' 에 주력한다는 것이 그녀의 방침.

그녀는 "중대형 컴퓨터.PC.프린터.계측기 등 HP의 모든 제품에 e비즈니스 개념이 담길 것" 이라며 인터넷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올해는 매출 실적이 별로 좋지 않아 HP분위기가 침체돼 있다" 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컴퓨터와 정보통신을 연결시키는 구조조정에 힘을 쏟겠다" 고 말했다.

피오리나 내정자는 현재 ▶뉴욕 증시에 상장된 30대 기업 중 첫 여성 CEO이고 ▶여성으로 대형 컴퓨터 회사를 처음 맡는 등 '미국 최초' 의 타이틀 2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 루슨트테크놀로지에서 옮겨와 HP사상 첫 외부 임원으로 기록됐고, 이적 보수도 천문학적인 9천만달러(1천80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 그녀가 회장으로 선임되자 루슨트 주가가 2% 떨어지고 HP 주가가 2% 상승할 정도였다. 그는 "이번 결정이 내 생애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이었고 일생 일대 최고의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 스탠포드대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MIT대에서 공학석사를 마치고 80년 AT&T에 입사했다. 이후 탁월한 능력과 사업 추진력을 발휘하면서 96년 AT&T 자회사였던 루슨트의 '세계 최대규모 기업공개와 분사' 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특히 루슨트의 글로벌 서비스사업본부를 맡던 지난 2년간 기록적인 성장세를 주도하면서 루슨트 주가를 12배나 올려 놓았다.

그녀는 "내가 여자라는 점 때문에 편견도 많이 받았는데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HP을 경영하느냐" 라며 여성이 아닌 최고경영자로 지켜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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