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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도산인상 받는 정팔기 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난 잘한 거 아무 것도 없어요. 그저 '아들' 살리는 '엄마' 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지요. 그런데 이런 큰 상을 주다니…. "

27일 제4회 도산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올해 여든두살의 정팔기(鄭八起.세례명 안나)여사는 재소자들을 '아들' 이라 부른다. 76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전 재산을 털어 1천5백명이 넘는 재소자와 출소자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펴왔다.

18세에 시집가 21세' '꽃다운 나이' '에 청상과부가 된 뒤 외아들과 60여년을 살아온 鄭여사가 재소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 명동성당 수녀의 요청으로 재소자를 만나면서부터.

"머리를 빡빡 깎은 애들이 나왔는데 무섭고 떨려 가까이 가지도 못했지.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기도를 하는데 애들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거야. 그래서 그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어. " 마침 아들이 경북대 교수로 발령이 나 대구로 내려가게 되자 鄭여사는 "그동안 손자재롱도 보았고 효도도 받아봤으니 이제는 혼자 살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 고 말했다. 아들 내외는 결사반대했지만 어머니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혼자 남게 된 鄭여사는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나환자들의 시신을 닦아 수의를 입히고 재소자들을 위해 밤새 약밥과 송편을 만들었다. '옷이며 양말도 제일 좋은 것으로 준비했다. 여기에 필요한 경비조달을 위해 鄭여사는 집을 팔았다.

"엄마가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 주고 좋은 옷 입히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라고 반문한 鄭여사는 "어렵게 형을 마치고 나온 '아들들'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재범을 저지를 때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고 말한다.

그래도 결혼을 주선한 14명이 모두 잘살고 있는 걸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鄭여사는 지금 어렵게 마련한 부평의 방한칸짜리 전세방에 살면서 연고가 없거나 가족조차 꺼리는 출소자들을 데려다 친아들 이상으로 보살피고 있다.

아들 내외가 '생활비로 '매달 보내주는 1백만원과 서울 서초동의 한 보육원.인천시 부평의 한 금은방에서 매달 10만원씩 보내주는 것이 도움의 전부.

"팔십이 넘은 뒤로 음식이며 '옷이며 '해가지고 전국을 다니기가 너무 힘들어. 그래도 어쩌겠어. 내가 가면 '그렇게 '좋아들 하는데. "

도산인상위원회(위원장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11월 9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99도산의 밤 행사에서 시상식을 갖고 鄭여사에게 상패와 상금 1천만원, 도산과 鄭여사의 상을 부조로 새긴 순청동제 조각작품을 수여한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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