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투신사 구조조정…한국·대한투신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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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당초 내년 7월로 예정했던 투자신탁회사 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짓기로 급선회한 것은 대우사태 해결에 금융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은 지난 26일 투신사 중 2곳에 대해 2조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국내외 기업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사태 해결책을 내놓는 11월초에 투신 구조조정을 함께 하겠다고 시기도 못박았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 등 관련부처들은 산업은행 우회출자나 투신 대주주들과 정부의 공동출자를 통한 경영정상화 등 구체적인 투신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가 그동안 '실적상품 손실을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줄 수는 없다' 는 원칙까지 깨고 시장 진화에 나섬으로써 일단 투신 구조조정의 막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적자금 투입방법과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변수가 많아 투신사 구조조정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 투신 구조조정 왜 서두르나〓대우사태후 투신권은 '11월대란설' 의 진원지로 지목돼왔다. 7월 이후 정부가 시장 동요를 막기 위해 내놓은 각종 대책들이 전혀 약발이 듣지 않은 것도 투신권에 대한 근본수술책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란 게 시장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결국 정부로서도 시장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신권에 대한 근치(根治)를 서두르게 된 것이다.

특히 당초 정부안대로 투신 구조조정을 내년 7월 이후로 미뤘다간 총선 등 정치일정과 맞물려 자칫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고려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 한국.대한 처리 명분찾기 고심〓정부의 투신 조기구조조정의 초점은 한국.대한투신에 맞춰져 있다. 다른 투신사의 경우 수익증권 판매책임이 있는 증권사나 대주주가 손실부담에 나서도록 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국.대한은 대주주가 뚜렷하지 않고 누적적자 규모도 커 11월대란설의 최종 진원지로 거론돼온 만큼 공적자금 투입으로 경영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했던 두 투신사의 퇴출이나 합병은 실익도 없는데다 시장충격을 이유로 방안에서 제외됐다. 대신 정부는 산업은행 출자나 한빛.조흥은행 등 두 투신사 기존주주들과 정부의 공동출자 등을 대안으로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빛.조흥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을 감내하고 부실 투신사에 추가로 돈을 대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은행의 출자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하락분은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고 밝혀 은행들을 통한 공적자금 지원방안을 추진 중임을 시사했다.

예금보호대상이 아니어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도록 돼있는 투신 수익증권에 대한 정부의 고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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