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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채용 증가율 남자의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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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중 30%인 2100명을 여성으로 뽑을 계획이다. 1993년 여성 비율이 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10배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신입사원 중 27%(1800명)가 여성이었다.

삼성구조조정본부의 이종진 부장은 "93년 신경영 도입 이후 '여성 인력 활용도를 높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매년 선발 비율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LG와 코오롱도 올해 대졸 채용자 중 여성을 3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기업마다 여성인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용 비율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 늘어나는 여성직원=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업보고서상 30대 상장사(시가총액 기준)의 전체 직원 41만9441명 가운데 여성이 19.06%(7만996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LG카드가 직원 3545명 중 여성 비율이 57.04%로 가장 높았다.

LG카드는 지난 1년간 남성직원은 190명이 줄었지만, 여성은 되레 38명이 늘었다. 또 삼성전자의 여성직원은 지난해보다 2800명이 늘어나 비율이 지난해 29.64%에서 30.85%로 높아졌다. 반면 철강업과 자동차 등 중후장대형 산업은 여전히 여성 비율이 낮았다. 포스코는 전체직원 1만9402명 중 여성은 309명으로 1.59%에 불과했다. 기아차(2.82%).대림산업(3.81%).현대자동차(4.21%) 등도 여성이 드문 기업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여성직원의 증가 속도다. 남성직원의 채용은 지난해에 비해 3.21%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여성직원은 6.23%나 늘어 증가율이 남성보다 두 배나 높았다. 이에 따라 전체 직원 중 여성직원 비율도 지난해(18.62%)에 비해 0.44%포인트가 높아졌다.

◆ 고용의 질이 문제=각 기업체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주요 산업이 소프트화해 섬세한 여성 인력의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전기.전자나 금융업종에서 여성 비율이 높은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좀더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여성 계약직 사원을 많이 채용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의 70% 정도가 비정규직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여성의 취업기회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졸 여성의 실업률은 남성의 두 배 가까이나 된다. 이 밖에 육아나 가사의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들도 아직 많다는 지적이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공동육아시설 확충, 탁아소 증설 등이 정책적으로 우선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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