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서 떠버린 롯데 기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지난 5월 13일 대구 경북고 야구장에서는 '퇴출 용병' 마이클 길포일을 대신할 에밀리아노 기론의 입단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전날 치러진 1차 테스트에서 60개의 공을 던진 기론은 이날 57개의 공을 뿌리며 직구 최고구속 1백39㎞를 기록했다.

이를 지켜본 양상문 투수코치는 "그렇게 위력적인 공은 아니지만 낮게 들어오는 직구와 체인지업은 꽤 쓸만한 편" 이라고 평했다.

도미니카 출신의 기론은 우여곡절 끝에 연봉 4만달러의 비교적 싼값으로 롯데와 입단 계약을 했다.

애초에 패전처리용으로 치부되던 기론은 경기에 투입되자 벤치의 예상과는 달리 승승장구, 시즌성적 5승1패2세이브(방어율 3.30)를 기록했다.

특히 포스트시즌 들어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지난 25일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회부터 등판, 14타자를 1안타 무실점으로 침묵시키며 외국인투수로는 최초로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따냈다.

입단테스트 당시 한 경북고 학생이 "언제 뜰지 모른다. 사인부터 받아놓자" 며 기론에게 종이와 펜을 들이밀더니 그 기론이 실제로 떠버렸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기론은 5경기에 등판, 1세이브에 방어율 1.72를 기록하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주축투수로 변신했다.

벤치의 신뢰를 얻은 기론은 15와3분의2이닝을 던져 박석진(16과3분의1)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이닝에 등판했다.

사직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기론은 문동환에 이어 등판, 4와3분의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빠른 직구는 아니지만 큰손을 이용한 서클 체인지업이 뛰어난데다 롯데에 입단한 뒤로 제구력마저 향상돼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근 전 쌍방울 감독은 "공을 뿌리는 순간적인 동작이 빨라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게 강점이 있다. 인코스를 찌르는 승부구만 개발하면 대성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라고 말했다.

대전〓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