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금감위장 '회생비용 지나칠 경우 대우계열사 퇴출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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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우채권 손실률이 50%라고 가정하면" 이라는 말을 썼다.

'만약' 이라는 전제를 붙이긴 했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가급적 입에 올리지 않는 李위원장이 50%라는 수치를 못박아 이야기를 한 셈이다.

이는 대우 실사 결과 손실률이 당초 예상됐던 30%보다 훨씬 높은 50% 안팎에 이를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한국.대한투신에는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李위원장은 "여러곳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고 밝혔다.

이는 결국 두 투신사의 상장을 전제로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토록 하고, 주주인 은행.증권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경우는 제일.서울은행 외에 외자유치를 내년으로 미룬 대형 시중은행 1~2곳 정도가 문제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올해 중 증자를 하거나 후순위채를 발행,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다음은 李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대우 계열사에 대한 실사 결과 손실률이 당초 예상됐던 30%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

"정부는 대우채권 손실률이 30%라고 말한 적이 없다. 실사 결과는 앞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계획을 발표할 때 다 나오겠지만 손실률은 정부가 예상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필요한 채무조정 규모가 큰 계열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

- 대우 계열사에 대한 부채조정 규모는.

"실사해보니 부채의 30% 정도를 조정해줘야 한다고 나왔다면 빠듯하게 25%만 해주는 것보다 35%나 45%를 해주는 게 채권단에도 유리하다. 부채조정을 많이 해주면 해줄수록 당장은 손실폭이 크지만 앞으로 이익을 많이 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해 주가는 몇배나 더 뛰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손실률이 높다고 놀랄 이유가 없다. "

- 원금은 탕감해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무슨 의미인가.

"부채를 탕감방식으로 처리하면 손실을 당장 현실화시키는 게 된다. 이럴 경우 대우 계열사가 정상화돼 주가가 올라도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없어진다. 따라서 채무조정 가운데 일부는 전환사채(CB)로 주거나 주식으로 줘 나중에 대우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팔아 손실을 메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 대우 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을 해줄 경우 감자(減資)조치는.

"필요한 만큼 할 것이다. "

-대우채권 손실률이 확정되면 문제가 되는 금융기관은 없나.

"투자신탁은 개인.법인이 보유한 수익증권의 대우채권 손실만 부담하면 된다. 따라서 대우채권 손실률이 50%라고 해도 두어곳을 제외하고는 문제가 없다. 은행도 대우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50% 쌓는다고 해도 추가 부담해야 할 대손충당금을 올해와 내년 절반씩 쌓는다면 제일.서울은행을 빼고는 문제가 없다. 제일.서울은행은 어차피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했다. 은행들이 추가 부담해야 할 충당금을 올해 전액 쌓게 되면 1~2곳은 문제가 될 수도 있으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들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

-손실률이 80% 이상 되는 계열사도 워크아웃에 넣나.

"기업의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작거나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워크아웃에 넣을 이유가 없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회생 가능성이 없거나 회생에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기업은 퇴출시킨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

-김우중 회장의 거취는 어떻게 되나.

"워크아웃 계획을 정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다. 다만 대우 기존 경영진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등 불법행위가 있다면 이는 엄중히 처벌할 것이다. "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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