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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진 고액과외 수법] 첨단장비 동원 학부모 현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K교육개발원의 불법 과외는 기존 고액과외의 차원을 넘어서는 교묘한 수법을 총동원한 것이었다. 우선 연구기관으로 연상되는 이름을 사용하며 출판사로 등록, 실질적으로 과외를 시켜오면서도 교육청 등의 감시를 피했다.

과외는 방문지도로 이뤄져 강의실이 필요없었고 간판조차 내걸지 않았다. 학원 설립.운영에 따른 법적 절차를 따를 필요가 전혀 없도록 한 것이다.

과외비는 교재비와 교재 내용 첨삭 지도비로 나눠 일정한 액수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관련 법규를 비켜갔다.

수강생 모집에는 '텔레 마케팅' 이란 최신 기법을 사용했다. 강남 일대 고교 재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 반복적으로 집에 전화를 걸어 학부모와 학생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유치작업' 을 벌였다.

한 고교생은 "열흘 정도 계속 전화가 걸려왔는데 '스토킹'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고 실토했다. 한번 관심을 보인 학부모는 첨단 장비를 동원한 '출장 시범강의' 에 걸려들었다.

컴퓨터.영상투사기.스크린을 이용해 이미 출제됐던 수능문제 중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한데 모아 보여준 뒤 "이런 문제 유형만 몇가지 외워도 50점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 라며 현혹했다.

이들은 수능시험이 임박해오자 일간지 등의 광고를 통해 "압축 강의를 통해 4개월분의 강의를 모두 소화, 고득점을 보장한다" 고 선전했다. 요행을 기대하는 학부모를 노린다' 는 고액과외의 전통적인 상술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수강생을 모집하면서도 보안 유지를 위해 전화를 건 쪽의 전화번호와 신원을 확인한 뒤 선별적으로 연락을 취해왔으며, 방문 문의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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