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35. '유성기 음반'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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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성기(留聲器)음반이란 1분당 78회전의 SP(standard play)판. 유성기로 재생하기 위해 제작된, 셸락(열대지방 나무에서 진을 정제해 경화제를 섞은 것)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진 디스크를 가리킨다.

음반 1면당 녹음시간은 3분~3분30초. 긴 곡은 일부만 녹음하거나 여러 장에 나누어 녹음했고 대중가요가 이 시간에 맞추어 작곡되기도 했다. 대중가요의 길이가 3분 내외로 정형화된 것은 SP음반의 기술적 한계에도 기인하는 것이다.

한국 최초의 상업음반(사진)은 미국 콜럼비아사가 1907년 발매한 것으로 한인오(韓寅五)와 관기(官妓)최홍매(崔紅梅)등이 녹음한 경기민요 '유산가' '흰머리' 등.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녹음한 원반을 미국 콜럼비아 본사에서 음반으로 제작한 후 다시 일본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와 판매한 것. 나팔통식 녹음으로 된 쪽판 7종을 현재 배연형씨가 소장하고 있다.

유성기 음반은 1929년부터 해방전까지 황금기를 누렸다. 음질 면에서는 35년까지가 전성기다. 나팔통식 녹음 대신 전기녹음 방식이 도입되면서 음질이 개선되었고 음반이 음악감상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 대중매체의 역할을 수행했다.

일본의 음반자본이 국내 시장을 잠식함으로써 일본 유행가로 대중의 음악취향이 굳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전통음악의 기반은 약화됐다. 32년부터 유성기 음반 목록은 거의 유행가가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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