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기관간 겸업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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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워싱턴〓김종수 특파원]마침내 미국에서도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의 벽이 허물어졌다.

한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예금도 받고, 주식도 거래하며, 보험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보편화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부분적으로 도입된 금융겸업주의(Universal Banking)시대가 미국에서 뒤늦게 열리는 셈이다.

미 의회와 백악관은 지난 22일 새벽(현지시간)까지 진행된 마라톤 협상에서 지난 30년대 이래 은행.증권.보험업을 엄격히 갈라놓았던 분업주의를 버리고 겸업을 허용하는 새 은행법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로런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20세기를 넘기기 전에 대공황시대의 낡은 족쇄를 풀고 현대화로 향하는 역사적인 계기" 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같은 업종간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추구해 온 미 금융업은 이제 서로 다른 업종간의 합병을 통한 다각화가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벌써 월스트리트에는 일부 대형은행의 보험사 및 증권사 인수 가능성이 점쳐지고, 대형증권사와 중견은행간 합병설이 나돌고 있다.

22일 새 은행법안 합의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에서는 대부분의 금융주가 큰 폭으로 오른 데 힘입어 다우존스지수가 1백72.56포인트 상승했다.

겸업의 허용으로 미국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다양한 업무 취급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거두는 한편 서로 성격이 다른 상품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분업주의의 제한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 금융업은 국제적으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새 은행법안은 미 상원과 하원에서 조문 심의가 끝나는 대로 백악관으로 보내진 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늦어도 2주일내에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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