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스마오 "과거잊자" 대화해 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과거를 잊고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갑시다." 동티모르 독립운동 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는 23일 양민들을 대량학살한 반독립 민병대들에 대한 사면을 제의했다. 그리곤 동티모르 주민들에게 독립투쟁을 끝내고 황폐한 조국을 재건하는 데 힘을 쏟자고 호소했다.

구스마오는 딜리의 유엔대표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게릴라 전사로 조국을 떠났으며 다시 게릴라 전사로 귀국했다" 며 "그러나 이제 독립투쟁은 과거 역사의 어두운 한 장(章)으로 남겨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역사에 집착하면 미래로 나갈 수 없다" 고 지적하고 "동티모르 주민들이 그동안 겪었던 아픈 역사는 이제 끝내자" 고 촉구했다.

구스마오는 "지난 8월 30일 주민투표 이후 양민학살을 자행한 독립반대파 민병대들이 죄상을 시인할 경우 사면해야할 것" 이라면서 "현재 독립투쟁 무장단체가 체포.구금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군인들도 석방하겠다" 고 덧붙였다.

◇ 민병대 잔학행위〓독립투표를 앞두고 인도네시아 군의 은밀한 지원 아래 동티모르 전역을 장악한 반독립 민병대들은 잔인한 살육행위로 투표를 원천봉쇄하려 했다. 전체 규모는 1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민병대는 8월말 투표가 독립으로 결정나자 주도 딜리 등지에서 본격적인 '인종청소' 에 나섰다. 9월 7일에는 하룻동안 1백70명 이상이 학살됐으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벨로 주교 자택과 딜리의 유엔건물도 습격을 받았다. 민병대를 피해 20여만명의 동티모르 주민들이 산속이나 서티모르로 피난했다.

민병대는 9월 20일 진주한 다국적군에 쫓겨 서티모르 국경지대로 밀려났으나 아직 밀림속에서 게릴라전에 대비,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민병대의 학살행위를 국제전범재판소에 회부하기 위해 현재 현지조사를 벌이고 있다.[딜리 AFP〓외신종합,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