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약탈문서 추가목록 佛서 확인 통보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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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파리〓배명복 특파원] 프랑스가 병인양요(1866년) 당시 한국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문서의 추가목록 확인작업이 공식적으로 이뤄진다.

문서반환을 위한 전문가 협상의 한국측 대표인 한상진(韓相震)정신문화연구원장은 21일 "프랑스 함대가 가져간 것으로 보이는 모든 고문서의 입수경위와 소재확인을 장 피에르 앙그레미 프랑스국립도서관(BNF)관장에게 문서로 정식 요청했다" 고 말하고 "BNF측은 조속한 시일 안에 추가목록을 확인, 통보해 주기로 했다" 고 밝혔다.

18일부터 파리에서 열린 나흘간의 2차 협상을 마친 뒤 자크 살루아 프랑스측 대표(감사원 최고위원)와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韓원장은 "현재 현안은 외규장각 도서로 알려진 의궤(儀軌) 2백97권이지만 당시 강화도에 상륙했던 프랑스 함대 보고서에 따르면 3백40권을 가져간 것으로 돼있다" 며 "약탈문서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이것도 당연히 반환협상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살루아 대표는 그러나 "현재로서 양국간 협상은 의궤 2백97권에 국한된다" 고 강조, 추가목록 문제가 앞으로 반환협상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반환방식과 관련, 양측은 '교환대여' 방식에 의한 반환이라는 큰 원칙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대여기간을 영구적으로 하자는 한국측 주장에 대해 프랑스측은 일정기간 이상 대여를 금지한 프랑스 국내법 규정에 따라 대여기간을 2~3년마다 경신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측은 고문서 문제의 배경이 된 병인양요를 재조명하기 위한 양국 역사학자 세미나를 내년 1월 파리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공동연구팀에는 양국 역사학자가 4명씩 참가하며 우선 재조명 작업에 필요한 공동사료집을 편찬키로 했다고 양국 대표는 밝혔다.

한편 BNF측은 현재 의궤 2백97권의 보존상태.내용.삽화.장정.표지 여부 등을 담은 정확한 목록을 작성 중이며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를 한국측에 제공키로 했다.

韓원장은 "그동안 소극적이던 BNF가 협조적 자세를 보이고 있고 병인양요에 대한 공동 역사재조명 작업에 본격 착수키로 한 것이 진전" 이라고 이번 협상 의의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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