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엿보기] '도전 주부가요스타'예심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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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코디네이터가 다듬은 의상을 입고 세련된 조명 아래 기성가수 뺨치는 매너가 펼쳐지는 게 KBS2 '도전 주부 가요스타' 의 본선 무대. 이에 비하면 무대 장치도 카메라도 없는 예심은 여러 모로 어설프다.

하지만 본선에서 볼 수 없는 이런저런 재미와 활력이 넘친다. 그 현장을 찾았다.

18일 오후 2시 KBS TS­D 스튜디오. 이날 '도전 주부가요스타' 의 예심에 출전한 주부는 30명. 응원 온 가족까지 합해 60명 정도가 수군대며 방청석에 앉아 있다.

또 방청석 통로에는 대여섯살쯤 된 아이들이 마구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대고 스튜디오 문밖에는 갓난 아기를 안은 남편들이 바짝 속을 태우며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

무대 위엔 심사위원용 책상 2개와 노래방 기계, 앰프 시설만 달랑 놓여 있다. 심사 직전 채형석 PD가 던지는 한마디. "절대 떨지 마세요. 떨면 떨어집니다. " 이어서 무대에 오른 '1번 타자' 는 이현순(39.경기 김포)주부. PD가 "가장 자신있는 노래가 뭐냐" 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인의 길!' 이라고 외쳤다.

"왜~이다지 보~고 싶을까~" 반쯤 넘어가자 결과가 나온다. "마이크 떠는 버릇이 있어요. 마이크 떨지 마세요. 합격입니다. " 너무도 기쁜 나머지 무대를 달려 내려온다.

"예심에 나간다니까 남편이 얘를 봐줬어요. 덕분에 노래방에서 연습할 시간이 많았죠. " 멀리 부산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박순덕(37.부산 북구)주부. "떨어지면 차비만 날릴 것 같았는데 다행이예요. "

또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 아예 아이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르는 주부도 있었다.

이날 최연소로 출전한 장정숙(24.서울 금천구)주부는 결혼한 지 10개월 된 새댁. 출전자들은 트로트풍 선곡이 대부분. 장씨는 신세대 패션으로 빠른 템포의 '청춘열차' 를 불러 보너스 점수도 얻었다.

"키를 에프 마이너로 해달라" 는 주문을 먼저 한 김정심(32.경기 김포)주부가 바바리 코트 차림으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을 부를 땐 방청석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지기도 했다.

노래도 노래지만 심사위원의 짧은 평도 재미있다.

"음정이 불안해요" 부터 "트로트는 뒷박자에서 강해지면 안됩니다. " "감정을 넣는 연습을 하세요" "파워를 더 키우세요, 비트가 약합니다" "조용필씨 노래는 그런 목소리로 안됩니다.

바이브레이션이 있어야 합니다" 등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수고했습니다' 란 말부터 들으면 십중팔구 불합격이라 생각하면 된다.

심사 발표 후 빠지지 않는 장면도 있다.

바로 '한번만 더' 를 외치는 주부들. 이날도 불합격됐던 한 주부는 무대에 올라와 "이미자 노래로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라고 간곡히 부탁. 하지만 끝내 탈락했다.

이날 합격자는 모두 6명. 95년부터 심사를 맡고 있는 작곡가 심수천씨는 " '상처' '슬픈 고백'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 등 몇몇 곡은 출연자들이 하도 자주 불러 아예 '금지곡' 으로 지정했다" 며 "위기에 처했던 한 부부가 출연을 계기로 다시 결합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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