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중을 위한 교통체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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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동차는 '19세기 최고의 발명품' 이라는 극찬처럼 사람과 물자의 이동에 많은 편리함을 주었다. 또 도시의 공간적 구조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승용차 대중화의 진전에 따른 도시 확산이 이를 반증한다. 앞으로도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국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동차의 이동체계, 즉 교통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히도 자동차 대중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비효율적 교통체계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

60년대 인구의 도시집중화로 탄생한 '콩나물버스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해 버스노선을 무계획적으로 늘린 결과 버스 위주의 노면(路面)교통체계가 형성됐다.

반면 외국의 선진도시는 자동차의 급증으로 심각해질 노면 교통혼잡을 우려해 일찍이 도시철도망의 구축을 꾀했다. 더불어 자동차 없는 도시(Car Free City)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자동차 매연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사고에 의해 지난해 매일 25명꼴로 사망했고, 교통정체에 의한 경제적 손실 비용이 97년에만 약 18조원에 이르렀다.

이제 교통문제는 한 사회의 민생문제에서 지구촌 생존 문제로 확대되고 있으나 미래는 더욱 비관적이다.

최근 경기회복으로 자동차 보유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과도한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혼잡통행료를 징수했고 차량10부제도 시행했다.

그러나 교통소통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엄청난 재원을 투자한 지하철은 당초 기대와 달리 자가용 이용 수요를 많이 흡수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의 불합리한 교통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교통정책을 수행한다 해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교통체계가 승용차 위주에서 대중교통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보행자와 대중교통을 위한 '대중교통 전용지구' 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도 새 천년을 준비하면서 향후 5년간 자치구마다 '차 없는 지역' 을 1개씩 연차적으로 늘려갈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도 환경친화적이고 교통수요 절감적인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교통체계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둘째, 자가용 이용자보다 상대적으로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해 '대중교통 육성법' 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 법에는 이용 편의를 위한 대중교통 서비스의 내용과 종류, 지하철.버스 파업시 최소한 보장받을 수 있는 교통서비스 수준 등 교통 약자의 권익보호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기존의 육상교통효율화법(ISTEA)을 개정, 21세기를 대비,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노약자나 대중교통 이용자의 통행권 보장을 위한 육상교통평등법(TEA-21)으로 강화한 바 있다.

셋째,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연속성 유지를 위해 서비스 경쟁체계와 시민단체(NGO)의 감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육상 대중교통 산업은 수요 감소추세로 돌입, 사양화될 처지에 놓일 것이다.

이럴 경우 대중교통 서비스의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보조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대중교통 서비스가 적절하게 유지되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지닌 시민단체를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황상규<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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