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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동대문시장·실리콘밸리 닮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동대문 시장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다' . 재래시장의 대명사인 동대문시장을 벤처와 첨단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 밸리에 비유한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품목이나 업종은 다르지만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젊은 사업가들이 모여들고 있고▶기획.생산.판매까지 한 곳에 모인 원 스톱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 여기에다 ▶입주 업체간 세계시장에 대한 정보교류가 활발히 이뤄진다는 점에서 동대문시장이 실리콘 밸리 못지 않은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재래 의류시장의 부활과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동대문시장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대문시장에 눌려 지방 소매상들을 위한 도매 기능밖에 못했지만 96년부터 거평프레야.밀리오레.두산타워 등 현대식 상가들이 잇따라 들어서는 등 성공적인 변신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26개 상가에 무려 2만7천여개의 점포가 몰려 있는 세계 최대의 의류 도.소매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최근 일본 일부 대학 경제학부 학생들 사이에서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 벤처정신이 살아 있는 동대문〓국민대 대학원생 염진필(28)씨는 학생이자 두산타워내 지하 1층 '첼린지 존' 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지난달 3일 동료 2명과 5백만원씩 모아 가게를 냈다.

첼린지 존에는 염씨처럼 '패션그룹' 을 꿈꾸는 학생.유학생.디자이너 출신 등 20~30대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가게 29개가 모여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양희 수석연구원은 "동대문시장에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부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어 실리콘 밸리와 같은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다" 고 말했다.

물론 이중 살아 남는 사람은 극소수란 점도 실리콘 밸리와 다르지 않다.

◇ 어떤 점이 비슷한가〓소재.부품에서부터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며, 이들이 서로 유기적이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동대문시장과 실리콘 밸리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대문에는 2만7천여개에 이르는 소규모 점포, 직물 및 의류 부자재 관련업체, 판매상 등이 모여 있어 세계 유행을 빠르게 잡아내고 제품 기획과 생산의 주기를 단축하며 재고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벤처기업.대학.방산업체 등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실리콘 밸리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리콘 밸리가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이 되듯 동대문시장도 국내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낙후지역을 재활성화하기 위한 연구모델로 부상했다.

또 일본.홍콩.대만.러시아.아프리카 등의 상인들의 쇼핑명소로 자리잡았으며 최근에는 일본 종합상사들이 동대문 제품을 수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효과와 해결 과제〓이같은 동대문 시장의 변신은 경쟁관계에 있는 남대문시장은 물론 부산.대구.부천 등 지방의 재래시장에도 자극을 줘 비슷한 형태의 대형 패션상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동대문시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실리콘 밸리' 가 되려면 자체 디자인 인력을 확보하고 저가.재래시장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기존 국내외 유명브랜드를 변형한 제품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겉모습은 백화점에 버금가지만 서비스는 재래시장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주차 및 숙박시설을 확충할 필요성도 높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지적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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