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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사회 회원증 역할에 개인비서 서비스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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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호 28면

#최근 외국계 항공사를 이용해 영국에 출장을 갔던 기업인 A씨. 현지 공항 수화물 카운터에서 짐을 찾으려 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짐이 나오지 않았다. 당황한 그는 서울의 현대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현대카드 ‘블랙’ 회원이던 A씨에겐 전담 서비스 담당자가 24시간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이 담당자는 한국시간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해당 항공사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결국 A씨의 짐을 찾아줬다.

연회비 200만원 최고급 신용카드 

#모처럼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B씨. 파리의 명물 에펠탑 야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고, 호텔도 에펠탑이 잘 보이는 곳에 묵고 싶었다. 그는 전화 한 통으로 원하는 위치의 호텔과 레스토랑 예약을 간단히 해결했다. 삼성카드 ‘라움’ 회원에게 제공하는 글로벌 ‘컨시어지(개인비서)’ 서비스를 받은 덕분이다.

이런 신용카드는 상위 0.02%의 최고급 고객(VVIP)에게만 발급된다. 2005년 현대카드 ‘블랙’이 나온 데 이어 삼성카드가 이달 초 ‘라움’을 선보였다. 둘 다 연회비는 200만원으로 국내에 나온 신용카드 중 가장 비싸다. 연회비만 낸다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 능력이나 신용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지위도 따진다. 재벌 2세라도 현재 직책이 자격 기준에 미달하면 본인 카드의 발급이 거절되기도 한다. 회원가입 신청서를 내려면 카드사의 초청이나 다른 회원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해당 카드사들은 국내 주요 항공사·호텔·골프장 등에서 이 카드를 내밀면 국내 신용카드 중 최고의 할인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제선 비행기를 탈 때 비즈니스석을 1등석으로 올려주고 평일에 제휴 골프장을 이용하면 골프장 회원권 소지자와 같은 대우를 해주며, 특급호텔에선 무료로 주차 대행 서비스를 하는 등이다. 예컨대 해외 출장·여행이 잦은 회원이라면 좌석 승급이나 항공권 할인만으로도 연회비 200만원을 뽑을 수 있다. 카드 사용 한도는 기본이 1억원이고, 고객이 원하는 경우 그 이상으로 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VVIP 카드의 매력 포인트는 각종 할인 혜택이나 높은 사용한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최상류 사회 명사들의 클럽에 들어가는 회원증이란 점”이라고 주장한다. VVIP 카드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선택 받은 극소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카드사들의 마케팅 전략이다. 고급 사교클럽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소수의 회원을 초청해 세계적 명사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현대카드의 ‘타임 포 더 블랙’ 행사다.

현대카드 블랙의 경우 회원 수를 최대 9999명으로 제한한다. 국내 인구를 5000만 명으로 본다면 0.02%에 해당한다. 출시한 지 4년이 넘었지만 회원 수는 아직 2000여 명이다. 이 회사 민운식 차장은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라도 경영 실적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평판까지 고려한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며 “정태영 사장을 비롯한 8인 위원회에서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도 ‘라움위원회’를 두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회원 가입을 받고 있다. 그 대신 현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회원의 사회적 지위보다 경제적 능력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현대·삼성카드가 VVIP 카드 혜택의 ‘꽃’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른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다. 회원들의 개인적 요구에도 24시간 대기하는 전용 상담원이 개인비서처럼 응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영국의 컨시어지 전문업체 퀸터센셜리와 손잡고 전 세계 여행·쇼핑·문화·이벤트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회사 강국찬 팀장은 “퀸터센셜리는 전 세계 2만여 개 제휴 가맹점과 1000여 직원을 보유한 컨시어지 세계 1위 업체”라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대일 맞춤 서비스로 고객이 무슨 요구를 하든 최대한 현실로 만들어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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