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네 손가락'은 튤립처럼 예쁘구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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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호 35면

어머니를 생각하니 떠오르는 글이 있어요.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온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오.
온 세상의 모든 사람도 결국은 한 사람을 통해 찾아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한 사람이 되고
누군가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온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하겠죠?’

On Sunday 기획칼럼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향해 “희아가 4개뿐인 손가락으로 어떻게 피아노를 칠 수 있나? 불가능한 일이야!”라고 말할 때 어머니는 내 귓가에 속삭였어요.
“희아야, 너의 네 손가락은 튤립꽃처럼 예쁘구나. 희아의 네 손가락이 피아노를 연주하면 듣는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그 눈물은 사람들의 가슴에 난 상처를 씻어 주게 될 거야.

희아의 얼굴은 해님처럼 밝아서 어둠으로 괴로운 사람들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추어 미소 짓게 할거야. 희아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어나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거야.”

어머니께서는 내가 피아노를 치다가 실패해도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하셨죠. 항상 사랑이라는 지혜로 나를 감싸 안으시고 평등을 외치시던 나의 어머니, 당신은 내 행복의 시작이었습니다.

영광보다는 고통이 더 소중하다 하시며 고통의 연속이었던 피아노 연습 중에 혹독한 시련의 가치를 늘 깨우쳐 주시고, 고생의 뒤안길에서 참아 견디도록 쉬지 않고 기도해주신 어머니, 하나뿐인 딸의 일이기에 심장이 까맣게 타 들어가도 조용히 웃어주시던 어머니, 당신은 나의 진실한 행복입니다.

이제 나는 손가락이 3개 없는 것에 슬퍼하지 않고 남아있는 2개의 손가락에 감사하며 주어진 2개의 손가락을 보물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발이 없는 것에 슬퍼하지 않고 나를 부르는 곳은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사랑과 열정이 있음을 기뻐합니다.

일본의 매스컴들이 저를 기적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렀습니다. 기적은 피아노 앞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라고 가르쳐 주신 어머니께서 또 속삭였어요.“희아는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고 너무나 소중한 역할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희아의 역할은 언제나 밝게 웃고 기쁘게 살며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란다.”

나는 키가 작아(1m1㎝) 어린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사랑을 나눕니다. 북녘의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이 배고파 울며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나는 ‘1000원의 행복’ 홍보대사를 맡았어요.

우리 돈 1000원이면 영양실조로 쓰러져 가는 북녘 어린이들에게 일주일 동안 콩우유를 마시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착한 사람들과 더불어 통일소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에 이웃의 행복을 소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소금처럼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능이 낮아 계산할 줄 모르기에 오직 천사의 역할만을 가르쳐 주신 어머니. 당신은 나의 행복이며 온 세상의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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