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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34. 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우만련은 우리 만화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단체다. 지금의 우만련이 만들어질 당시는 80년대말로, 일본 만화 열풍이 전국에 불어닥칠 때였다.

한 아동만화잡지사가 연재하기 시작한 일본 만화 '드래곤볼' 은 전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60년대 '라이파이' , 80년대초 '공포의 외인구단' 에 이은 빅히트였다. '드래곤볼' 을 보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대화에 끼지 못할 정도였다.

예전과 달리 아이들이 만화책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갖기 시작한 때였으므로 '드래곤볼' 의 단행본은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여기에 톡톡히 재미를 본 만화출판사들은 앞다투어 잡지마다 일본만화를 싣기 시작했다. 오히려 국산만화가 '구색' 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기성만화가 상당수와 갓 등단한 신인들은 자연히 일본만화풍을 따르게 됐다. 우리 만화의 정체성이 흔들리다 못해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때 우만련은 우리 만화의 정체성을 되찾고 흐려지는 작가정신을 다시 벼리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로 작가 정신이 있는 만화가의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94년 시작한 만화아카데미는 한겨레문화센터로 이어져 6년째 예비만화가들을 키우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만화계에 등단했다.

스토리 작가와 애니메이터 등을 키우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만련은 한국 만화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단체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며 그냥 만화가 좋아서 '시키지 않은 짓' 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발적 에너지를 사회와 정부가 관심을 갖고 북돋워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어쩌면 문화입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인지도 모른다.

박재동 <시사만화가.㈜ 오돌또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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