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성공 보증수표' 단정하긴 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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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기업들에 '황금의 땅'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의해야 할 점도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원 송장준 박사는 "개성공단을 '장밋빛'만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며 "개성공단의 장점에 혹하지 말고, 각종 위험 요인부터 면밀히 따져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판로 확보가 문제다. 개성공단에서 만드는 제품은 '메이드 인 북한'이 돼 대미 수출이 어렵다. 미국은 대적성국 교역법을 두고 북한 등 적성국가에서 만들어진 제품에는 중국.베트남 등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20~30배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바세나르(WA) 협정에 따른 '전략물자 수출 통제 규정'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협정은 첨단 전략물자나 기술이 분쟁지역.테러지원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7년 33개국이 합의해 만든 국제 협약이다. 이에 따르면 고성능 컴퓨터 등 1620여개의 품목이 전략물자로 지정돼 있어 북한이 반입할 수 없다.

정부는 시범단지의 경우 바세나르 협약에 해당하지 않는 물자들만 가져 가는 것으로 북한 측과 합의했다.

여전히 불투명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도 변수다. 정치 등 경제 외적인 상황에 따라서도 개성공단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 경협 사업은 90년대 초반부터 여러 형태로 추진돼 왔지만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기업이나 사업은 없는 실정이다.

부지 매입, 공장 신축 비용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의 이성희 사무총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초기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땅값이 평당 15만원으로 남한보다 훨씬 싸지만 부지 1000평을 구입하려면 1억5000만원이 드는 데다 공장 신축 비용도 평당 100만~150만원에 달해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무리해 가기에는 힘에 부칠 것이란 지적이다. 이 총장은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기술을 담보로 잡거나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장기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남한에 비해 낮고, 사회주의 체제에 익숙한 그들에게 자본주의식 생산방식을 교육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별취재팀 = 박혜민(팀장).홍주연.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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