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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협, 도박용 게임기 심의필증 무더기 부정발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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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문화관광부 관련 단체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전신인 공연예술진흥협의회가 사행성 경마 게임기에 대한 심의필증을 규정에 맞지 않게 무더기로 교부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검 강력부(文孝男부장검사)는 17일 지난 5월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사무국이 일본산 경마게임인 '로열 애스코트' 의 심의필증을 발부하면서 두대에 대한 수입면장으로 무려 1백장의 필증을 내준 혐의를 포착, 수사 중이다.

공연예술진흥협의회는 지난 6월 영상물등급위원회로 조직이 변경됐다. 관계 규정상 수입 게임기에 대한 심사필증을 내주려면 신청 대수 분의 수입면장을 첨부토록 돼 있어, 결과적으로 98장의 필증이 부정 발부된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게임기 수입판매업체인 K사(社)와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실무자들을 소환, 금품수수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일본 세가사(社) 제품인 이 오락기는 기계 내 6대의 말 중 우승마를 맞힌 경우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기로 대당 가격이 2억원 이상이며, 현재 전국에 20여대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물등급위 관계자는 "대다수 업자들이 '로열 애스코트' 를 도박기기로 활용, 하루 5백만~6백만원의 매상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 밝혔다.

'로열 애스코트' 는 지난 6월 심의권이 영상물등급위로 옮겨진 뒤 '18세 이상' 등급으로 판정받아 성인용 공간이 별도로 마련된 '종합게임업소' 에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영상물등급위 관계자는 " '로열 애스코트' 가 신종 도박용 기계로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며 "과거에 발행된 합격필증을 부착할 경우 일반 게임업소에도 합법적으로 설치할 수 있어 필증 한 장이 1억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고 밝혔다.

필증을 내준 당시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실무자는 "국산 게임기로 착각, 수입면장을 제대로 확인치 않고 필증을 발부했다" 고 해명했다.

또 K사 대표는 "향후 수입할 기계에 부착하기 위해 심사필증을 미리 발부받았을 뿐 필증을 부정 발급받을 의도는 없었다" 고 말했다.

한편 오락기 심의를 둘러싼 비리가 올 들어서만 두 건이 불거져 나오는 등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빠찡꼬를 흉내내 만든 사행성 게임기 '환타지 로드' 가 청소년 오락기로 판정받은 것과 관련, 심의용으로 엉뚱한 기계를 낸 제작업자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또 지난달 슬롯머신의 복제판인 신종 오락기 '트로피' 에 대한 심의서류가 증발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처럼 심의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은 심의 결과에 따라 게임기 사업의 '사활' 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행성 높은 기계로 판정되면 과거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시절엔 불합격, 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선 '18세 이상' 판정을 받게 된다.

이렇게 불합격이나 18세 이상 판정이 떨어지면 사실상 오락기의 판로가 막혀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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