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대선 D-2…하비비-메가와티-와히드 치열한 3파전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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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가 20일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40년만의 자유총선거(6월)에 이은 이번 대선은 향후 인도네시아 운명을 결정짓는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7백명으로 구성된 MPR는 20일 대통령을 뽑고 21일에는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부통령 후보를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대선의 쟁점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잔재 청산▶경제난 극복▶국제적 고립 탈피▶군부 압력 탈피 등 네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현재 판도는 민주투쟁당(PDIP)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당수와 집권 골카르당의 바하루딘 하비비 현대통령, 국민각성당(PKP)의 압둘라흐만 와히드 등 3파전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선 사흘을 앞둔 17일 현재까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만큼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선에서 제1당으로 떠오른 메가와티 여사가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결과는 속단하기 어렵다.

학생들과 개혁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메가와티는 정작 MPR 내에서는 21%(1백53석)만 확보, 하비비측에 뒤지고 있다.

최근 이슬람계 정당들이 그녀에 대한 지지를 철회, 당선가도에 재를 뿌렸다.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예상 외로 강하기 때문이다.

집권 골카르당의 후보인 하비비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발리은행에서 8천만달러의 대선자금을 제공받았다는 스캔들에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부패수사를 중단시키는 바람에 궁지에 몰려 있다.

동티모르 사태 처리과정에서도 MPR내 보수적인 지역.직능대표의 반발을 자초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하비비는 MPR내 2백여석을 확보, 저력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부상 중인 후보는 지난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와히드. 이슬람 최대조직인 나흐둘라틀 울라마(NU)를 이끌고 있는 그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때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하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개혁주의자라는 평도 듣고 있다.

메가와티측에 기울던 아미엔 라이스 MPR의장도 최근 와히드 지지로 돌아서는 등 7개 이슬람계 정당들의 지지를 확보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카르타 정계는 1차투표에서 누구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 2위 후보를 놓고 치러질 2차투표에서 3위 후보가 연합정권을 고리로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를 던질 것이란 분석이다.

골카르당에서 부통령 후보로 추대받았지만 침묵을 지키는 위란토 국방장관의 거취도 관심이다.

그는 군부에 배정된 MPR 38석을 대표하고 있으며 국민적 신망도 높다. 현재 그는 하비비와 메가와티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위란토 국방장관의 막판 거취와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하는 후보가 누구와 손잡느냐에 따라 인도네시아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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