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모서리 주기·구설수→말밥…'북한 특이용어집'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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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풋내기〓생둥이' , '젤리〓단묵' , '구설수〓말밥' ….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왕따' 는 북한에선 '모서리주기' 로 통한다.

국가정보원은 15일 북한에서 특이하게 상용되는 용어 3천5백20개를 모아 예문과 함께 정리한 '북한 상용 특이 용어집' 을 발간했다. 이 책은 북한 연구단체와 학교 등 관련기관에 배포된다.

총 2백30쪽의 용어집에는 북한의 방송.TV와 노동신문 등 각종 유인물에서 사용되는 어휘 중 우리말 사전에 수록되지 않았거나 수록돼 있더라도 현재 남한에서 쓰고 있는 말과 뜻이 다른 말들이 집대성돼 있다.

부록에는 북한에서 유행하는 은어들을 소개했다. 용어집에 따르면 어릴 때 함께 놀던 소꿉친구는 '송아지동무' , 싱거운 소리를 잘하는 사람은 '싱검둥이' , 미혼모는 '해방처녀' , 첩은 '곁마누라' ,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사실혼 부부는 '뜨게부부' 다.

또 도너츠는 '가락지빵' , 유아용 분유는 '가루젖' , 탁아소는 '애기궁전' 이다.

음악용어인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알토는 각각 '녀성고음.녀성중음.녀성저음' 으로, 의학용어인 합병증은 '따라난 병' 으로 풀어 표현한다.

또 최근 사회변화에 따른 신조어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매춘여성을 뜻하는 '공동변소' , 지조 없는 여자〓 '재떨이' , 음담패설〓 '고급 세미나르' 등이 포함돼 있다. 카를 마르크스를 '그라이막스' 라고 비꼬는 등 풍자적 표현도 많다.

날마다 계속되는 교양강습 때마다 마치 가락국수를 뽑듯 연설을 해대는 당간부들에게는 '가락국수' 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특정 고위 당간부의 별명도 심심찮게 입에 오른다. 예를 들어 최광 전 인민무력부장은 전쟁을 좋아하는 강경파라는 뜻에서 '히틀러' 로 불렸고 강성산 전 정무원총리에 대해선 실권이 없다고 '쥐며느리' 라고 수군댔다.

지역 특성을 상징화한 표현들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평안남도 사람들은 손해보는 짓을 절대 안한다고 해서 '깍쟁이' 라 불리고 자강도.양강도 사람들은 촌스럽고 둔하다는 이유로 '돌감자' , 황해도 사람들은 동작이 느리고 게을러 '물렁이' 로 불린다고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신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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