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담배소송 뜨거운 전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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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며 한 외항선원 가족이 제기한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 첫 재판이 14일 열려 치열한 법정공방의 막이 올랐다.

이날 서울지법 민사 합의13부(재판장 柳元奎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은 원고측에서 金씨의 진료기록을 증거로 신청하고, 피고측이 준비한 답변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지만 양측 대리인들은 여론의 향배를 의식한 듯 재판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나눠주며 소송에 임하는 입장과 전략을 소개했다.

소송제기를 위해 이미 많은 준비를 해온 원고측의 주된 목표는 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리고 재정수익 확대에 치중해온 국가정책을 바꾸는 것. 사건의 성격이 흡연 피해자 개인의 권리구제 차원을 넘어 공익적 성격이 짙어지자 처음 소송을 제기한 최재천(崔載千)변호사 외에 민변 소속 변호사 18명이 합류했다.

崔변호사는 "재판이 1~2년 안에 끝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며 "피고로부터 정책자료를 최대한 받아내고 이를 근거로 피고측 잘못을 입증해 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금까지 정보를 취사선택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 공개해왔다는 판단에 근거한 전략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담배의 성분과 유해성 연구자료, 담배로 거둔 세금이나 기금의 사용처 등을 제시토록 요구할 계획이다.

반면 담배인삼공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의 박교선(朴敎善) 변호사는 이날 "폐암과 흡연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허구" 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朴변호사는 재판 직후 "원고측의 정당한 자료요구에는 응하겠지만 여론몰이용 자료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 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아직 흡연피해를 주장하는 개인이 최종적으로 승소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며 "개인이 제기한 소송 중 하급심에서 승소한 5건도 항소심에서 3건이 뒤집혔고 나머지는 아직 계류 중인데도 마치 승소가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 라고 강조했다.

결국 재판은 흡연과 폐암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규명과 함께 정부가 보관하고 있거나 보관 가능성이 있는 정보의 공개 여부를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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