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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시의원 뽑아도 실무 조직 없는 세종시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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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종시장과 시의회는 있는데 사실상 하부 조직은 없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됐다.

지난 7월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통과시킨 ‘세종특별자치시설치법’(세종시법)엔 ‘내년 7월 1일 시행한다’고 돼 있다. 이 법안이 내년 5월 중순까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6·2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격인 세종시장과 시의원을 뽑게 된다. 선관위는 “이론적으론 선거일 19일 전까지만 법이 통과되면 그렇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제 지자체를 출범시키기 위해선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총리실은 최근 작성한 총리의 대정부질문 답변자료를 통해 시행령을 개정하고 관련 부처 간에 사무를 배분하는 법령을 개정하는 등의 작업에 12∼16개월이 걸린다고 추산했다. 결국 광역단체장은 선출됐는데 제대로 된 조직은 없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주호영 특임장관이 임명된 건 지난달 22일이었지만 신설 부처여서 사전 준비 작업을 하느라 개청식을 한 건 지난 13일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지난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17개월 이상 소요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세종시 출범 준비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라고 당시 총리실에 요구했었다”며 “자유선진당이 지방선거 때 세종시장을 뽑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전·충남에서 강세인 자유선진당이 광역단체장 격인 세종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도 세종시법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자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세종시 예정지에 주민이 입주하는 건 2011년 말부터다. 노무현 정부 때 안대로 정부기관이 이전한다면 2012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이뤄진다. 결국 첫 세종시장 임기 대부분은 ‘이삿짐만 부리다가’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꼬일 대로 꼬인 세종시 보완론에 세종시법 문제까지 더해지는 양상인 셈이다. 현재 정운찬 총리와 여권을 중심으로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따라 9부2처2청을 옮기는 데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터다. 이전 대상 부처를 축소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때 했던 정부고시를 변경하거나 아예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개정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몽준, “세종시 원안 추진”=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종시는 원안 추진이란 당론에 아직 변함이 없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문자 그대로의 취지를 잘 생각해서 추진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행정부와 국회는 기본적인 기능이 다른 면이 있다. 지금으로선 특별법을 손볼 계획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백일현·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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