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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 새전략 '넷마케팅'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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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인터넷 가상공간을 이용한 영화계의 '넷 마케팅' 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배우찾기' 는 물론, 극장과 인터넷을 동시 연결해 극장에 가지 않고도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거나(영화 '카라' 의 경우) 출연배우의 사이버 채팅, 제작비 마련 등 다양한 시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도연.최민식 주연의 '해피엔드' 를 찍고 있는 명필름은 얼마전 E메일과 매거진을 합성한 '메일 매거진' 을 개설, 일종의 맞춤 서비스(http://www.ezpaper.co.kr)를 제공 중이다.

각 파트의 스태프들이 번갈아가며 자기의 역할을 소개하고, 촬영장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촬영장으로부터의 편지' 라는 코너를 통해 매주 1회씩 신청자에게 답신을 띄워주고 있는 것. 작품의 홍보를 맡고 있는 청년필름의 최정헌씨는 "매주 7백명 정도가 접속하고 있다 "며 자랑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의 홍상수 감독. 스타를 쓰지않고 묵묵히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홍감독도 자신의 세번째 작품은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다.

신인배우를 인터넷으로 공모한것. 또한 인터넷은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는 창구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창 송강호 주연의 '반칙왕' 을 찍고 있는 영화사 봄은 이달 초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아예 네티즌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무궁무진한 잠재 고객들을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끌여들여 흥행의 안전판으로 삼겠다는 야심에서다.

연예업체 J&J의 포털사이트 '인츠필름' (http://www.intZfilm.com)이 주관, 계좌당 5만원씩 총 1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 봄의 변준희씨는 "지난 4일 개설, 지금까지 1천만원을 끌어 모았다" 며 목표 달성을 낙관했다.

얼마전 '링' 을 제작했던 한맥영화사도 이런 대열에 합류했다. 신작 SF무협로맨스 '천사몽' 의 총 제작비 25억원 중 10억원을 '사이버 프로듀서 프로젝트' (CPP)를 통해 공개 모집하겠다고 나선 것. 주당 1만원을 원칙으로 하고 접속(http://www.digi-cat.com) 네티즌들에게 CPP 운영사이트의 출입권을 부여, 영화의 전 제작과정에 참견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했다.

영화계의 이같은 발상전환은 외국의 영향도 한몫했다. 공포영화 '블레어 윗치' (23일 개봉)가 몰고온 여파다. 철저히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을 지향, 신비감을 부추기며 이 영화가 제작비의 4백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자 국내시장에서도 'N세대' 에 승부를 걸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러나 여러모로 인터넷 마케팅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미지수. 게다가 아무래도 젊은 세대를 잡으려다 보니, 영화가 자꾸 그들의 구미에 영합할 우려 또한 없지 않다는 게 영화계 일각의 우려이기도 하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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