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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국내 최초 존엄사 판결로 지난 6월 23일 인공호흡기를 뗀 김 할머니가 100일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의료계와 법조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안락사에 관한 논쟁을 한바탕 치렀다. ‘존엄사’라는 용어를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이라는 용어로 통일했다. 또 최근 회복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뇌사상태,말기 암환자 등)에는 본인(불가피한 경우 가족)이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사전에 치료 중단 의사를 밝히면 모든 종류의 연명치료를 중단 할 수 있게 됐다. 

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할까?(미셸 오트쿠베르튀르,민음in 펴냄)를 통해 환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가지 윤리 논쟁에 대해 살펴보자.

안락사(安樂死)란 ‘편안한 죽음’ 또는 ‘고통 없는 죽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불치병 환자가 겪어야 할 죽음의 고통을 덜어 주는 행위를 통틀어 안락사라고 한다. 안락사 행위는 의료 분야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띤다. 예를 들어 소생술을 받아야 할 환자와 암 환자의 안락사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다. 안락사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정의하면 고의적으로 환자의 죽음을 초래한 경우와 사망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은, 엄연히 다른 두 경우를 구분하는 것이 모호해진다.

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 무의미한 모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치료 중단’이라고 한다. 대개 질병이나 치료에 따른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생명 유지에 필요한 투약을 중단하거나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것으로 안락사와는 다른 개념이다.엄밀한 의미에서 안락사란 환자의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안락사 합법화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는 몇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해 이미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이처럼 안락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의학이 발전하면서 생겨난 두려움과도 관계가 있다. 의학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첨단 의료기술은 희망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인간적인 면을 배제한 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무미건조한 의료 행위는 우리를 안심시켜 주기도 하지만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오랜 질병과 고독과 신체적·정신적 괴로움이 삶의 마지막 모습이 된다고 생각해 보자. 편안하고 신속한 죽음에 대한 생각이 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이해된다.

오늘날에는 완치가 불가능함은 물론 상태가 그다지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도 의학적 수단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학의 이런 고집스럽고 억지스러운 힘겨루기는 집착에 지나지 않는다. 한 개인의 인생에서 질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양적인 부분, 즉 시간만을 연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음을 앞둔 환자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안락사뿐일까? 정말 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할까? 죽을 권리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답변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사진설명]소생 불가능한 환자의 목숨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의료 집착적 행위로서 의학의 고집스럽고 억지스러운 힘겨루기로 비춰진다.

[자료제공= 민음사]

< 정리=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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