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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반등 어렵지만 급락도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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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집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택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시장 전망은 '거품 붕괴의 지속'에서부터 '바닥 확인'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이다.

콜금리 인하와 일부 투기지역 해제 등 규제 완화가 나오자 시세회복이 임박했다는 낙관론이 슬쩍 고개를 든다. 반면 섣부른 기대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시각도 많다. 내년에 다주택자 세금 중과, 개발이익환수제 등 메가톤급 조치가 버티고 있는 마당에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라 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일단 추석이 집값 움직임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추석 이후에도 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 침체는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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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완화, 변화의 서곡인가=시장의 변수는 짧게는 정책 변화, 길게는 경기 회복 여부다. 정책은 그간 투기억제책 중심의 규제 일변도였다. 그러나 최근 규제가 하나 둘 풀릴 조짐이다. 부산.대구 등 지방 7곳의 주택투기지역이 해제됐고, 수도 이전 예정지 주변의 충청권 5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렸다.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도시는 투기과열지구를 풀고, 주택거래신고지역은 동(洞) 단위의 해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막혔던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다소나마 틔워줄 것이다. 투기과열지구가 풀리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 분양시장은 기운을 되찾을 수 있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팀장은 "일부 지역의 규제 완화는 적어도 집값 급락을 막는 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도 "정부가 시장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급락에 대한 불안 심리는 진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급격한 회복세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많다. 최근 규제 완화는 부분적 손질에 불과하다는 것. 딜로이트FAS 임승옥 전무는 "미분양 증가와 역전세난 등 부작용이 생기자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제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를 거듭 확인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집값 안정대책은 어떤 정책적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최우선 과제로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를 탄력 운영하는 것이지 정책의 뼈대는 바뀐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추석 이후 숨통 트일까=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이후 거래가 실종됐던 서울 잠실.개포동 등 재건축 단지와 목동을 중심으로 최근 급매물이 조금씩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바닥 논쟁'마저 일고 있다.

바닥론자들은 최소한 추가 급락은 없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둔다. "집값이 당장 오름세로 돌아서긴 힘드나 길게 보면 바닥권에 근접한 것 같다"(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 "급매물 거래 동향을 볼 때 추석 이후엔 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다. 무릎에서 산다는 생각으로 급매물을 찾아볼 시점이다"(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

반론도 만만찮다. 최근의 급매물 거래는 입지 등 투자여건이 좋은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파구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가격.동호수가 괜찮은 일부 물건이 거래됐을 뿐 회복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추석 전까지 가을 이사수요로 반짝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추석 이후엔 다시 거래가 줄면서 내림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대입제도가 내신 비중이 커지면서 가격으류 주도하는 강남권의 시세가 약화될 수 있다"며 "입주물량도 많기 때문에 반등은 이르다"고 전망했다.

◆ 사거나 분양받는다면=당장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침체기에 좋은 물건을 싸게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집값이 회복하더라도 과거처럼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세금 등 거래비용도 느는 추세다. 기존 시가지보다는 각종 개발계획에 따라 신흥 주거지로 바뀌고 있는 곳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도시 건설지역 주변, 그린벨트.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지역, 고속철도.지하철 개통지역, 서울 강북 뉴타운지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뚝섬 숲 개발이 한창인 서울 성수동과 마포구 상암지구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청약할 경우 내년 상반기 시범단지부터 분양할 판교 신도시가 0순위다. 특히 무주택 우선공급 대상자는 지금부터 청약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주택자격을 유지하려면 기존 주택 구입은 늦출 필요가 있다.

서울의 경우 잠실 등 저밀도지구의 일반분양 아파트는 여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종디엔씨 문형섭 대표는 "입지여건이 좋은 대단지인 데다 내년 이후 공급이 많지 않아 장기적으로 희소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도시는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된다 해서 무조건 청약해선 안 된다. 분양권 전매 기간과 횟수가 제한될 것이고, 과열될 경우 언제든 다시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종수 기자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 순)

고종완 RE멤버스 대표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곽동원 현대산업개발 상무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김승배 주택주거문화연구소장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

문형섭 세종디엔씨 사장

박신영 주택공사 수석연구원

안홍빈 KTB자산운용팀장

임승옥 딜로이트FAS 전무

장성각 대우건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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