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행정' 쏟아진다…타당성없는 고속도건설등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선심 행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효과가 의문인 정책에 예산을 배정하는 일이 적지 않고 정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원칙' 을 어기는 정책결정도 나오고 있다.

◇ 원칙 어긴 예산배정〓건설교통부는 올해 초 규모가 5백억원이 넘는 신규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한 뒤 타당성이 있는 것만 추진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통상 사회적 편익이 들어가는 비용보다 커야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 건교부는 이에 따라 12개 사업을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기획예산처에 올렸고 기획예산처는 이에 대한 민간용역을 실시했다.

그러나 선정된 6개 사업 중에는 이 원칙을 어긴 사업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목포~광양간 고속도로(사회적 편익 대 비용의 비율이 0.5)와 진도대교 건설사업(0.85)등 2개 사업은 사회적 편익이 비용을 넘지 못해 타당성이 떨어지는데도 예산이 반영됐다. 부산권 순환고속도로 사업은 비용만큼의 사회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1.1)를 받았지만 탈락했다.

◇ 효과 의문인 선심정책 남발〓노동부는 8월 20일 실업자에게 카드를 발급, 원하는 시기와 훈련기관을 선택해 훈련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직업훈련 바우처(카드)제도에 15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전국 각지의 직업훈련자료를 상호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지도 않은 상태여서 이 제도의 효과가 의문시된다.

또 전남 여수.경북 상주.경남 창녕 등 6곳의 폐수처리장은 가동률이 0%, 충남 당진 합덕처리장 등 7곳은 10% 미만인데도 환경부가 호남.영남.충청에 처리장 증설을 서둘러 선거를 노린 '선심성' 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장기간 거액을 투입해야 하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대한 정부예산도 그렇다. 사업기간조차 '미정' 인 양평~가남, 고창~장성, 춘천~양양, 서울~춘천, 전주~광양, 목포~광양, 음성~충주 고속도로 등에 내년 예산이 일단 30억~50억원 정도씩 배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가 적게는 2천억~3천억원씩이고 1조원을 웃도는 것도 많은데 일단 일을 벌여 놓자는 발상" 이라며 "이같은 일이 계속되면 매년 거액의 국채를 발행해 적자재정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 특정지역.계층 지원〓민간단체가 주관하는 형식을 취한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에 내년중 1백억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된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가 주관하는 모양을 갖추고 있고 총 기금 7백억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중 정부 출연은 2백억원이 될 전망이다.

강원도 강릉 칠성산 태권도 수련원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 조사에서 "타당성이 없다" 며 예산 반영이 안됐다가 당정 협의에서 30억원의 설계비.공사비 예산이 책정됐다.

행정자치부는 또 자치단체장들의 내년 업무추진비(판공비)를 올해보다 사실상 30% 올리도록 허용, 지방공무원들에게도 '예산 선심' 을 베풀고 있다.

또 재원이 바닥나고 있는 공무원연금기금에 정부가 법정 부담금 외에 1조원을 투입한다. 이 돈은 이례적으로 무이자, 5년 거치.5년 상환의 조건으로 융자해 줄 방침이어서 사실상 보조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연내 실시키로 약속한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져 공무원들에 대한 배려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제부.사회부.전국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